발주자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명시한 법은 무용지물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체의 부도와 공사중단, 임금체불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발주처인 대한주택공사가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지부장 김낙욱)는 17일 “주택공사가 울산지역에서 발주한 아파트 건설현장 대부분에서 부도나 체불, 고의적인 운임료 지연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공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울산시 매곡동의 휴먼시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전문건설업체인 ㅅ건설이 부도 나면서 운임 수억원이 체불돼 있다. 지난 10월에는 울산 화봉동 주택공사현장에서 전문건설업체인 기단건설 사장이 잠적해 노동자들이 운임 1억2천만원을 받지 못했다. 기단건설은 원청으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을 이미 제3자에게 채권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방의 상황도 울산과 다르지 않다.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의 신도시 건설현장에서도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운송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공이 발주한 현장 가운데 최근 전문건설업체인 ㅌ건설(원청은 ㄱ건설) 사장이 잠적했고, ㅅ건설은 도산위기에 빠지면서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발주처인 주공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돈 흐름을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아 임금체불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 정관사업단 관계자는 “원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주기 전에 노무비 지급명세서를 항상 확인한다”며 “부도업체에 대해 주공에서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35조)에 따르면 국가나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에서 하도급대금 지급이 1회 이상 지체됐을 경우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지급해야 한다. 울산지역 임금체불의 경우 발주자는 주택공사다.

[펌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