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건설현장의 고질적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결국 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11월7일 인천시 삼산동 도로개설현장에서 임금체불에 항의하던 노동자 분신 사망

○ 건설현장이 인권과 노동법의 사각지대로서 그 오명을 남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법적 다단계하도급 구조로 대표되는 전근대적인 착취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비인간적인 대우마저 견뎌왔던 건설노동자들에 있어 임금체불의 문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참기힘든 현실의 문제이며, 한편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분노스러운, 그리고 부끄러운 현실의 단면이기도 하다.

○ 이처럼 참기힘들고, 분노스러운 건설현장 임금체불의 문제가 결국 안타까운 한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도로개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철근노동자 허**(47)씨가 지난 2005년 5월부터의 체불임금에 항의해 건설현장 사무소 2층에서 자신의 온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분신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생계의 곤란을 호소하며 밀린 임금의 지급을 계속적으로 요구해오다 11월3일의 근무를 끝으로 전문건설업체인 삼광건설로부터 체불임금지급을 약속받았음에도, 책임소재가 분명치 않음을 이유로 또다시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업체의 횡포에 그동안 억눌러왔던 분노가 폭발했던 것이다.

○ 또한 안타까운 것은 이 사고를 순전한 개인의 문제로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존재한다. 청운건설(주)등 3개 건설업체가 인천광역시로부터 발주를 받아 건설중인 해당 공사현장은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건설현장의 전형적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원청사에게 하도급을 받은 삼광건설(주)은 다시 오야지에게 재하도급을 주었고, 해당 오야지는 또다시 반장에게 하도급을 주는 등 사고 당사자는 불법 하도급 구조의 최말단에서 임금체불의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처에 의한 하도급 비율 적정성 심사 의무화를 통해 80%이상의 낙찰률을 보장받게 되어있으나, 다단계 하도급의 구조속에서 이와같은 혜택은 땀흘리며 일하는 건설노동자가 아닌 공공공사를 따내는 건설사업자들만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의 현장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발주처가 우선 직접지불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이땅 건설현장의 현실은 그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노동부는 어떠한가. 타워 및 공사장 점거 등 건설노동자들의 비장한 투쟁에도 오야지의 사용자성을 들먹이며 체불발생의 구조적 모순에는 눈을감는 반노동자적인 행태를 반복한 것이 지금까지의 노동부였던 것이다.

○ 건설현장의 체불임금 해결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권적 과제임을 어제의 분신사건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문제해결은 체불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관련 책임자의 엄중처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고당사자와 유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체불임금의 실질적 책임자인 발주처와 원청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나아가 건설현장 만악의 근원인 다단계하도급 구조의 철폐를 건설노동자 보호를 위한 당면과제로 인식하고 실천해야할 것이다. 건설산업연맹도 다시는 체불임금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건설노동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다단계 하도급 철폐의 그날까지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굳건히 싸워나갈 것이다.

2005년 11월 8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