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 의원실과 건설산업연맹 다단계 하도급과 체불임금 해결위해 법 개정 투쟁에 나선다.
건설 노동자의 체불임금 사건이 건설현장에 만연해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때문이라는 실증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단병호 의원과 건설산업연맹은 건설현장에서의 임금체불이 다단계 불법하도급 때문이라는 실증적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건설연맹) 남궁현 위원장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 체불에 관한 상담사건 786건을 조사한 결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체불이 515(65.5%)건에 달한다고 밝히고 '건설 노동자의 체불임금 실태와 제도개선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불법하도급이 임금 체불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실증적인 분석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건설연맹이 상담 하면서 취합한 495건과 건설교통부 산하 건설근로자 민원신고센터가 취합한 291건 등 총 786건을 분석한 결과다.
단병호 의원은 “한국사회에서 최하층 노동자이고 비정규직으로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은 아직까지 전 근대적인 인력 수급 구조 하에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연명하듯이 노동을 해 나가고 있다”면서 “극심한 노동을 하고서도 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의 분노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인데 건설현장에서 그런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 의원은 “노동부는 하도급이 불법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형식적인 근로관계만을 토대로 이른바 ‘십장’이나 ‘오야지’에게 임금 체불의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라 불법다단계 하도급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며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시공참여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그 이전에라도 사업주가 하도급을 받은 업체의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고, 임금 체불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원청이나 하청에게 묻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 의원과 건설연맹은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향후 근로기준법과 건설근로자고용개선등에 관한 법률 및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하고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각종 근로조건 약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 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06월14일 ⓒ민중의 소리

자료는 연맹 자료실에 있습니다.

건설 불법하도급 이제 그만!
몸 주고 돈만 떼이는 건설노동자
< 매일노동뉴스 펌>

단병호 의원,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 정책과제 내놔

'부실과 비리의 온상'. 건설업을 일컫는 가장 상징적인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건설업과 관련된 비리, 부패행태는 사업 초기단계에서부터 면허, 입찰, 계약, 시공, 하도급, 감리, 준공 등 전반에 걸쳐 관행시 되고 있다. 그런 건설업이 산업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2004년 말 현재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이고, 건설업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9%에 이른다. 특히나 건설업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긍정적 기여를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부실과 비리의 온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에 다소 억울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근원에 자리 잡은 중층적·다단계 하도급구조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소영 선임연구위원은 “공사품질 저하, 하청기업 근로자들의 열악한 임금·근로조건 및 고용불안, 기술인력 고령화, 하청계약 및 대금지급과정에서의 부정부패 등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는 IMF 경제위기 이후 건설업 관련사업들의 도산, 구조조정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원인은 건설업 특유의 중층적·다단계 하도급구조”라고 지적한다.

바로 이 중층적·다단계 하도급구조는 바로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과 건설산업연맹은 실증분석을 통해 불법다단계하도급이 원인이 돼 발생한 체불이 분석대상의 65.5%나 된다는 사실을 14일 밝혀냈다.

체불 10건 중 7건, 불법다단계 하도급에서 비롯

지난해 말 현재 1인 이상 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1조426억원(10만1천곳)인데, 이 가운데 건설업은 제조업(4,740억원) 다음으로 많은 1,522억원이다. 그러나 건설업의 체불임금 청산율은 제조업(73.8%)은 물론 전체 평균(69.3%)에도 훨씬 못 미치는 54.6%에 불과했다.

이처럼 체불임금 발생 비율은 높은 반면 청산율은 낮은 곳이 바로 건설업인데, 단 의원실과 건설연맹 분석에 따르면, 체불임금 분석대상 786건 가운데 515건(65.5%)이 구조적인 다단계 하도급구조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실제 하도급업체가 오야지(십장)나 재하도급업체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112건(14.2%)이었고 면허대여자 또는 오야지, 팀장의 유용 및 잠적, 전문건설업체와 오야지 간 공사대금 분쟁 등으로 발생한 경우가 403건(51.65%)이나 됐다.

건설현장에서 전문건설업체는 면허만 갖고 있거나 사실상 면허를 대여받은 업자들이 업체를 설립한다. 이 때 원청(시공사)을 상대로 공사를 수주하러 다니는 브로커들이 있는데, 이 브로커들은 도면을 볼 줄 알거나 투입인원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단지 ‘빌려서’ 공사를 수주하는 역할만 한다. 이렇게 수주한 공사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면허대여료에서 떼고 나머지를 오야지에게 도급을 주면, 오야지는 일정한 자본을 갖고 공사를 도급받아서 현장을 관리할 소장을 구한다. 이 때 소장을 맡을 사람이 자금력이 있으면 그 공사에 대해 전권을 줘 현장을 맡기게 되는데, 이 소장(실행소장)은 팀장을 선정해 팀장에게 공정별로 물량도급을 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것은 실행소장이 자금력을 갖고 있지 않거나 오야지가 자금력이 없어서 현장에서 받은 기성금으로만 현장을 끌고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체불이 발생했다는 걸 아는 것은 약 3개월이나 지나서다.

이 또한 건설현장의 특징인데, 임금지불 의무가 생기는 처음 15일에서 30일은 통상 스메끼리(임금지급 유보)라 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소 1개월15일에서 2개월이 돼야 첫 임금을 받게 되는데 이 기간동안 노동자들은 “곧 주겠지”하며 참고 기다리다가 3개월이 지나서야 체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불법하도급시 하도급노동자 직접 고용해야

이 같은 고질적이고 반복적인 체불임금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단 의원과 건설산업연맹은 우선 근로기준법을 고쳐 2단계 이상의 도급에서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 직상수급인이 연대책임을 지는 것과 같이 1단계 도급에서도 도급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수급인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에는 도급인이 수급인과 연대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단계 이상의 도급으로 사업을 할 때에는 하수급인의 노동자들이 노동부로부터 임금체불 확인서류를 발급받은 경우나 하수급인이 파산한 경우 등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직상수급인이, 수급인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을 위반해 하도급 했을 때,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은 그 하도급을 받은 자 및 그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자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직접고용의제 조항을 넣자는 것이다.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은 “흔히 1차 십장이라고 하는 시공참여자까지 재하도급을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1차 십장이 다시 하도급을 주는 경우도 많고, 실제로는 2차, 3차 십장이지만 서류상으로는 1차 십장인 것처럼 허위로 꾸며져 있는 경우도 있다”며 "불법하도급인 경우 직접고용의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보좌관은 이어 “궁극적으로는 불법다단계하도급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는 시공참여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이 제도가 폐지되면 전문건설업체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돼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부실공사를 방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태어날 때부터 ‘하도급’ 인생
우리나라에서 건설노동자가 생겨난 것은 우리나라에서 임금노동자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876년 원산부두 건설단계에서부터 1899년 경인철도, 1905년 경부선, 마산선(부산-마산), 1906년 경의선(서울-신의주), 1910년 평양 탄광철도와 평남철도, 1914년 호남철도 부설 등과 같은 일제의 조선철도계획에 따른 철도건설과 항만, 도로건설은 대량의 건설노동자를 배출했다. 토지와 식량 약탈을 통한 식민지화를 추구했던 일제의 정책 때문에 궁핍에 몰린 농민들은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반농민반노동자(半農半勞)가 되기도 했다.


놀랄 만한 사실은, 일제시대부터 건설공사는 일반적으로 ‘발주처 - 조(組·원하도급자 또는 시공업체) 또는 사(社)의 청부시공업자 - 하청부(下請負) - 소두(小頭·노동자를 감독하는 자) - 십장, 세와(世話) - 노동자’로 이어지는, 오늘날과 같은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띠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십장 등 중간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을 가로챘음은 물론이다. 1933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인 노동자 일반사정’ 자료에는 “토건노동자들의 임금은 주로 성과급으로 지급됐는데, 이 때에도 노동자가 자본가로부터 지급받는 임금의 30% 이상은 노무공급업차, 십장 등에 의해 공제됐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의 ‘건설노동자의 고용구조 비교(1999년)’ 보고서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우리나라에 이식한 일본의 경우, 건설노동자의 90%가 정규직이고 9.6%만이 일용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