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은 누울 곳이 없어 밤새 서 있어야 했다'


SK공장 내 베쎌탑 점거농성 18일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어 현재 남부서에 수감돼 있는 울산플랜트노조 이문희(배관분회 부분회장)씨를 만나 점거농성에 들어가게 된 계기와 현재 심정을 들어 보았다.

왜 SK공장이었나

SK에서 블랙리스트 등을 작성해 조합원들에게 일을 하지 못하게 하며, 탄압을 가장 심하게 했다. 어떤 하청업체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싶어도 SK측에서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플랜트 노동조합의 파업은 SK가 나서서 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점거농성에 들어갈 당시 상황은

원래 SK공장 울타리를 만지면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비가 와서 그랬는지 몸이 울타리에 닿아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SK측에서도 우리가 탑에 올라가 펼침막을 내린 이후에야 비로소 점거농성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농성준비는

갑작스레 농성에 들어가게 되어 사전준비를 하지 못했고, 점거하자마자 진압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올라갈 때 사탕, 초콜릿, 물을 조금 가져갔고, 침낭도 없이 방한복만 입고 갔었다.

농성 중 힘들었던 것은

농성이 의외로 오래 지속되어 조합원들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해 심적인 고통이 있었고, 통신상으로만 단편적인 상황을 듣다보니 상황판단을 할 수가 없어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한, 농성장소가 높은 곳이라 강풍이 심하게 불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누워 있지도 못하고 밤새 서 있어야 했다.

농성 중 음식을 요구했다고 언론에서 보도되었는데

특별하게 요구한 음식은 없었다. 애초에 단식할 생각이었는데 조합에서 초코파이 등을 올려줘 그걸로 버텼다. 경찰서장이 한번 도시락을 올려 준 적이 있고, 밑에서 찐 밥을 두 번 정도 올려줬다.

진압당시의 상황에 대해

물대포를 10여분간이나 쏴대니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 저항을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심정은

우리를 집단이기주의라 매도하고, 노동해방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들어주지 않는 이 사회에 회의를 느낀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문희(배관분회 부분회장)씨는 “나는 당연히 구속을 각오했지만, 함께 한 두명의 조합원들은 가벼운 처벌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18일 강제연행된 이문희, 오재준, 김병찬씨 모두 건강상태는 좋아 보였으며, 이번주 내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5.18 광주민중항쟁 스물다섯돌을 맞는 2005년 5월 18일,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주장하며 점거농성에 들어간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을 경찰은 물대포를 앞세워 강제진압했다.

왜 그들이 80미터 상공의 위험한 굴뚝까지 올라가 수십일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했는지, 아니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사회는 좀처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검찰과 경찰, 사용자측은 물론 언론까지 나서서 플랜트 조합원들을 폭도라고 합창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게실, 탈의실을 지어달라"는 소박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업에 나선 천여명의 플랜트 조합원들이 폭도라면, 정부는 이땅에서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아예 불허해야 할 것이다.

울산 노동뉴스 정기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