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바꾸자” 목소리
“10년간 임금 제자리…더이상 안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새벽밥 먹고 나와 컴컴해질 때 집에 돌아가지만 임금은 십년째 제자리고, 우리 아들, 마누라랑 놀러 간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고, 오늘 나가야만, 가서 벌어야만 입에 풀칠하는 게 건설노동자들의 현실 아니오.”

　건설노동자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최모(45)씨는 그렇게 자신들의 현실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는 노가대가 아니다. 기능공 대우를 받아야 한다.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건설현장을 노동자 힘으로 바꿔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보고 마지막에 오는 곳이 건설현장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 11시간 이상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사는 것이 이땅의 건설노동자들의 현실.

　건설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겠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5년 울산플랜트 노동자들의 70여 일간의 파업, 지난해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파업 등 2000년 이후 건설노동자들의 조직이 확대되며 노동자로서의 대우를 받으려는 몸부림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광주 지역에서도 전국건설노조 광주건설지부 형틀목공 노동자들이 수완지구 18개 전문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임금 인상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십년째 거의 제자리였던 임금이 평당 단가 대비 15% 인상됐다. 한 전문건설업체와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아 10여 일을 전면파업하기도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에게 파업은 직접적으로 생계에 위협을 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단결했다는 것은 의미를 가진다.

　류광수 지부장은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은 요구도 제대로 못하고 개별적으로 일 안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완지구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쟁의권을 가지고 정당하게 요구를 한 첫 사례이다”며 “노동자들이 조직을 갖추고 일정 정도의 승리를 확보했다는 것이 의미있다”고 평했다.

　실제 인상된 임금은 형틀목공노동자의 경우 평당 5000원. 가히 `혁명’에 가깝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자평이다. 팀장들이 요령껏 업체에 얘기해 2000원 정도 올리면 많이 올린 것이었다.

　13년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모(40)씨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건설사가 하는 말이 몇 개층 올라가면 그때 한번 생각해보자 한다. 1000원, 2000원 올려주고 또 미루다 올려주라고 하면 이 돈으로 일 안 할 거면 나가라고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일해왔다”며 “부당한 관행을 깨고 노동자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뭉쳤다는 것 또한 이들에겐 희망이다.

　일당제 인생이다 보니 각 팀마다 경쟁을 해서 조금이라도 더 벌게 만드는 구조가 건설현장.

　김씨는 “노동자로서 대우를 안 해주는 것이 문제인데, 상대방에게 안 지려고 일만 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남는 게 별로 없었다”며 “이대로 가면 10년 후에도 우리들의 현실이 그대로이겠다는 생각에 동료들이 힘 합쳐서 같이 나가자고 했고, 이번 과정을 통해 동료 간에 우애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은 많다.

　“얼마나 열악한 줄 아십니까? 냄새 펄펄 나는 이동식 화장실에서 볼일 봐야지, 수도꼭지 몇 개가 전부여서 일 마치고 손만 씻고 집에 가고, 옷 갈아 입을 곳도 없어 현장에서 속옷 보이고 옷 갈아 입고. 잘 된 곳은 잘 돼 있다고 하지만 화장실, 휴게실 지어달라고 투쟁해야 하는 것이 정말 답답합니다.”

　지난2일 건설현장에 화장실, 휴게실 등 복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2008년 1월 이후 공사가 발주된 현장에 적용된다. 때문에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개선은 노동자들이 요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광주지역건설노조는 수완지구 18개 전문건설업체와 △근로계약서 체결 △노동조합 활동 보장 △현장 내 건설노동자 복지시설 설치 △전체 노동자 고용보험·퇴직공제 가입 등과 관련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류광수 지부장은 “건설현장의 특성상 업체와 단협을 체결해 놓는다고 하더라도 공사가 끝나면 폐기나 다름없다. 건설노동자들의 힘이 커지면 광주광역시와 인근 지자체, 건설회사 대표들과 지역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동자인 최모씨는 “건설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은 건축물의 안전성과도 관련이 있다”며 “건설노동자도 업체에 직접 고용돼 안정적으로 일하며 일요일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조선 기자 sun@gdj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7-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