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이런 자리가 떨립니다.
지난 16일 삭발을 했습니다. 노동자 활동을 하면서 “한번쯤은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이러한 일들이 없기를 바래왔습니다. 매스컴을 통해 알겠지만 한국노총, 민주노총 위원장들이 삭발을 하고, 요즘은 여러분 머릿속에 잊혀지고 있는 전임자 임금문제 등으로 머리를 삭발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 것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노조의 일이고 우리의 현실인 것입니다.
노조가 처음 파업을 준비하고 현장을 다니며 조합원과 대의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투쟁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분명히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체불임금 해소는 거의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의 현장들 부산부터 고양 토당동현장까지 제대로 되는 현장이 있습니까? 체불임금을 포기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죠. 대답을 한다면 물론 노조가 체불임금을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주어진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점을 예기한 겁니다.
더 큰 목적은 어디 있는가? 경영정상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혹자는 이런 말들을 하죠.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경영정상화가 말이 되는가?”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제시하기를 회사정상화라는 것이 “현재의 경영권이 유지되면서 월급이 제대로 나오고, 모두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것”은 결코 정상화가 아닙니다.
타이타닉 영화를 보면 위기를 모르고 파티를 하는 사람들과 위기를 알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명정이 있으면 부녀자와 아이들을 구명정에 태워서 성원의 깃발을 꽂아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성원의 간판만이라도 살려 M&A라도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 성원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준공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장들과 준공이 끝나면 직원들은 떠나야만 합니다. 준공이 끝난 현장의 직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본사에 남아있는 직원들도 가야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 구조를 보면 과거 20여개 현장이 있을 때도 이 본사인원이 있었고, 15개 현장이 있을 때도 이 인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건축 현장들을 봅시다. 지금 주택사업현장이 몇 개나 남았나요? 돌아가는 현장이 7~8개 정도입니다. 이 인원이 버티고 있을 수 있습니까? 앞으로 공세동 끝나고, 쌍령동 끝나고 등등 준공이 되고나면 여러분들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인 것이죠. 나는 이런 현실을 굳이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성원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위기감을 가지고 대처하는 능력을 가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나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에서는 회사에 법정관리를 요구했습니다. 법정관리를 통해서 부실경영을 한 사람들은 퇴진을 하고, 500여명의 우리 직원 중에서 일부는 살아남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가 경력증명서라도 떼어볼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지난 1월부터 많은 시간을 회사측에 기다려 줘 왔습니다. 지난 1월 50여명의 직원을 보내면서 회사에 요구한 것이 있습니다. 흔히들 말합니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잘못 뽑아 나라를 망쳤다고. 그 이야기는 일반 서민들이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득권 세력들이 합니다.
우리회사 어떻습니까? 우리는 가족경영을 처음부터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도 임원의 일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면 난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50여명의 직원을 보내면서도 가족임원들은 그대로 버텼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경영이며 우리 500여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퇴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저께 우리는 회장을 만났습니다. 최고경영자와의 회담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회사측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리비아 관련된 직원들이 많이 와 계시지만, 우리는 리비아 때문에 많이 참고 견뎌왔습니다. 나는 리비아의 문제를 볼 때 경영자와 직원들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리비아의 문제는 어떻게든 경영권 유지의 도구로만 쓰일 수밖에 없다. 리비아만 수주하게 되면 어떻게든 경영권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직원 없는 회사가 있을 수 있습니까?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고, 백성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습니까? 팔레스타인은 민족은 있어도 나라는 없습니다. 이제 겨우 노력을 해서 나라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국내현장은 다 죽이고 리비아만 살아서 뭐하겠습니까?
노동조합은 16일부터 위원장이 삭발을 하고 어제까지 회사가 선택을 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회사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시간으로 설정 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많지 않습니다. 체불임금 해소하라! 책임경영 실천하라! 해외사업본부 개편하라! 고용불안 해소하라! 등등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예기한 “책임경영” 입니다. 체불임금은 어렵다는 것을 먼저 말했습니다. 고용문제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해외사업본부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두바이, 바레인, 카자흐스탄 제대로 돌아가는 현장이 없습니다. 이 자리에 두바이 RTA현장에서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 RTA 잘된다 잘된다 그렇게들 예기해 왔습니다. 잘된 현장에서 왜 돌아오고 있는가? 들어온 직원들은 보직도 못 받고, 책상만 덜렁 있는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책임경영 문제입니다. 노동조합은 회사에 분명히 말했습니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그 책임의 형태는 “현 경영진은 퇴진하라”라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오래 기다릴 수 없습니다. 노조 집행부가 다시 회의를 해서 결정 하겠지만, 단시간 안에 대답이 없으면 우리는 경영퇴진운동 및 기타 그보다 더 강한 행동을 준비할 것입니다. 은행을 찾고 협력사를 찾아 우리가 안되면 외부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경영진을 바꾸어 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겪어야 될 고통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욕심내지 맙시다.
협력업체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왔습니다. 최소한 협력업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력업체 대표단 구성하고, 금융권 방문해서 바꾸어 내겠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조합원 여러분들도 노조와 함께 이 고난을 헤쳐 나갑시다.
우리 흔히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그만 두더라도 성원은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들 합니다. 우리 그런 마음 변하지 맙시다. 그런 각오로 싸움을 합시다. 그랬을 때만이 우리가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그렇게 해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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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노동조합 위원장 이 덕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