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공안탄압 분쇄 투쟁 결의문


떨어져 죽은 동료의 피비린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울리는 망치소리는 우리들의 울분이었다. 동료의 주검 앞에 살아서는 떠날 수 없는 이 더러운 놈의 현장을 아주 떠나니 차리리 잘 되었다며 술 취한 설움을 토해 낼 수밖에 없는 건설노동자에게, 수 백채 아파트를 짓고도 제 몸 하나 뉠 방 한 칸 변변하게 없는 삶에 쏟아지는 것은 노가다라는 멸시와 냉대였다.

그 노가다가 우리도 한번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만든 것이 노동조합이었다. 남들 다 하는 노동조합 한번 해보자. 그래야 이 엿 같은 세상, 빌어먹을 건설현장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이 아니냐며 모여든 노동자들이 지은 집이 노동조합이었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의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 몸부림이 그렇게 죄가 된단 말인가? 그렇게도 가진 자들에게는 눈에 가시와도 같았단 말인가? 건설자본과 공안세력은 노가다 주제에 무슨 노동조합이냐 너희들은 시키는 데로 일하고 주는 데로 받고, 그것도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는 설교를 이렇게 하는가?

두 다리와 한 팔이 잘려나간 산재의 고통보다도 더 아프게 우리의 가슴을 헤집고 파고드는 것은 정당한 단체협상을 공갈협박으로 전임비를 금품갈취로 몰아 건설노조를 파렴치범의 집단으로 만드는 여론의 매도였다. 어느 누구들처럼 약점 잡아 손 벌리고 건설사 등쳐먹은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 이런 매도에 무너져가고 소문에 쓰러져 탄압을 받는 것은 건설노조가 아니었다. 건설노조에 기대어 조금이라도 나은 현장을 바라는 건설노동자들의 희망이며 바람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건설노조를 제물 삼아 자신들의 출세 길을 닦을 것이다. 이들 공안세력이야말로 갖은 협박과 강요를 일삼고 있으며 건설노조, 건설노동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현장관리자들을 불러다 놓고 몇 시간 동안이나 불법사실을 인정하라고, 자신들의 비열한 수사에 동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황당한 수사는 전적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처벌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음모에 다름 아니다.

건설자본은 공안세력을 사주하여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현장에서의 노조활동에 씨를 말리고자 한다. 전임비 반환 청구 소송이라는 코미디 쇼를 준비하더니 이제는 정당한 건설노조의 현장활동을 구사대를 동원하여 막아나서고 있으며 건설노조를 공공연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탄압인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200만 건설노동자의 사회적 무권리 속에 더 방치하자는 것이고 하루 2명, 일년에 700여명이 죽어나가는 건설현장을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온갖 부조리와 부실, 부정과 비리를 덮어두자는 더러운 음모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의 피해자는 오직 건설노동자 뿐이다.

우리는 앉아서 당할 수 없다. 비열한 경찰 검찰의 강압수사, 표적수사, 공안탄압을 끝장내고 건설자본의 검은 의도를 분쇄하고야 말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타협과 양보도 없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에게는 나아가서 쟁취할 승리만이 있다. 우리는 오늘 투쟁결사대의 깃발을 높이 세워 승리를 향한 결사전에 돌입한다.

건설노조 공안탄압 분쇄 투쟁결사대는 다음과 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죽기를 각오로 투쟁에 나설 것이다.

1. 공안세력과 건설자본은 건설노조 죽이기 음모를 당장 중단하라.
1. 경찰은 강압, 표적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직권남용 책임자를 처벌하라.
1. 건설자본은 현장에서의 노조활동을 방해 말고 전임비 소송을 중단하라.
1. 단체협약 정당하다. 억지수사 중단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2003. 10. 21

건설노조 공안탄압 분쇄 투쟁결사대 발대식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