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경찰서의 직권 남용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


저는 20년 경력의 철근 기능공으로서 건설현장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비참한 생활을 스스로 바꿔내고자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하였습니다.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전임비 한푼 받지 못하고 노조의 전임을 하면서 참 어려운 일도많았습니다. 생활을 위해서 낮에 일하고 밤에 노조활동을 하고 신문배달 등등 온갖 굳은일도 마다않고 오직 한가지, 건설현장을 일할맛 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피눈물나는
노력을 다 하였습니다.

노력한 보람이 있어 우리는 지난 2002년 10월 3일 경기도 지역 12개 노조가 통합하여 경기도 건설산업 노동조합을 결성하였으며 조합원이 1만 2천여 명에 이르는 큰 노동조합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99년 경부터는 건설현장에 직접들어가 현장의 산업안전활동을 중심으로 근로조건의 향상, 복지제도 및 시설의 보완과 신설, 등 건설노동자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업을 해왔습니다.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문제는 실로 심각한 상태입니다. 하루 2명꼴로 우리 동료들이 떨어지거나 감전되거나 해서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몇번째 안가는 선진국인데 건설현장산재사망 사고율은 부끄럽게도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년에 700여명에 이르는 우리 동료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죽는 사람이 이정도 인데 다치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루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해서 건물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못배우고 가진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몸뚱아리 하나가 가진 전 재산입니다. 그런데 몸뚱이 하나 다치면 우리의 생도 끝납니다. 가족들도 책임질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랜세월 건설현장에서 이렇게 사라져가는 내 동료들을 수도없이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노조활동은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를 막는데 중점을 두어왔습니다.

우리는 지난 99년부터 건설현장의 원청과 산업안전을 비롯한 복지사항 등 원청회사가 해야할 주된 사안을 중심으로 단협을 맺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며 활동을 해 왔습니다.

우리는 자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가 사업하는 현장들은 산업안전시설을 잘 해놓습니다. 노조가 고발하는 것이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노조의 요구에 동의해서인지는 판단하기 나름이겠으나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라든가 하는 중대재해가 노조가 안들어간 현장보다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뿐만 아니라 건설노동자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퇴직공제제도라든가 고용보험 등 제도의 정착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상습적이고 살인적인임금체불, 노동상담, 무료취업알선 등 많은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의정부 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의정부, 동두천 등의 현장 관리자들을 뚜렷한 혐의사실 없이 소환 내지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노조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80년대나 행해졌던 노조에 대한 정치사찰을 하고 있으며 관할 부서인 노동부를 제치고 형사계 형사가 단협이 불법이니 노조가 산업안전을 무기로 공갈 협박을 하여 금품을 갈취했느니하면서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제는 현장에서 우리 노조간부들과 마주치니까
서둘러 도망을 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당당하다면 경찰이 왜 도망을 갑니까? 이는 직권남용행위입니다. 설령 단협에 문제가 있다면 관할부서인 노동부가 판단하여 단협의 효력을 상실케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심각한 사건입니다.

어제 항의방문 과정에서 경찰은 누군가가 현장에서 공갈협박을 하고 다니므로 이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의정부서에서 현장 관리자들을 소환하여 조사한 것은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20조 (범죄의 내사) ①항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1항에는【"범죄에 관한 신문 기타 출판물의 기사, 익명의 신고 또는 풍설이 있을 때에는 특히 출처에 주의하여 그 진상을 내사한 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 다만, 내사를 빙자하여 막연히 관계인의 출석을 요구하거나 물건을 압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무작위적으로 사람들을 소환하여 시종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소위 끼워 맞추기, 짜 맞추기식으로 노조의 범죄를 조작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근거도 없는 형법을 적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건을 조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노조원들과 건설현장의 사람들은 경찰이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화물 연대 파업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음은 건설현장이다. 건설노동자들이 조직되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라고들 하였습니다. 실제로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조직화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못이겨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뭉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것을 막아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 있습니다.
건설현장이 변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세력이 커지니까 건설사들이 현장에서 비자금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각종 탈법과 탈세가 어려워 졌습니다. 노조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소위 우리나라 상위 30개 건설업체가 모여있는 한건협이 주축이 되어 현장에서 노조의 씨를 말리겠다고 합니다.

아까도 말 했듯이 우리는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의 현장에서의 한을 가지고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더이상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볼 수가 없어서, 뼈가 부서져라 일해도 셋방 벗어나기가 어려운 생활이 견디기 어려워 우리는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경찰이 아무리 우리를 탄압해도 건설자본이 아무리 우리를 막으려 해도 거대한 물결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공갈, 협박, 금품갈취 등을 운운하며 우리 노조의 명예를 훼손하고, 직권남용행위를 한 의정부경찰서에 대하여 강력히 항의하는 바입니다.

의정부 경찰서는 직권남용 및 명예훼손 행위 등에 대하여 관련 책임자릎 즉각 처벌하여야 합니다.

또한, 향후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의정부 경찰서장 명의의 약속과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민 형사상의 제반 법률적 검토, 항의집회 등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훼손한데 대하여 강력히 그 책임을 추궁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도덕성때문에 재신임을 묻는다고 합니다. 저는 건설노조를 탄압 하는 정권은 더이상 도덕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우리를 탄압해서가 아니라 역대로 없는 사람들을 탄압해온 정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세상 모든 건축물을 창조하는 건설노동자 만세!
탄압을 이겨내고 인간답게 살아갈 건설노동자 만세!

2003년 10월18일

경기도건설산업노동조합 이광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