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개발 일용직 부풀려 수억 '슬쩍'




대림그룹 계열 건설업체인 고려개발이 공사현장 인부 수를 허위로 늘려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최소 6억여원을 빼돌렸다며, 노조가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22일 이 회사 노조가 공개한 노임지급 대상자 명부(사진 참조) 등을 보면, 고려개발은 지난 1997년 착공한 경남 양산 물금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98년부터 2002년 말까지 현장에서 일하지 않은 42명의 일용인부를 허위 등록하는 방식으로 매달 1천여만원씩 모두 4억2천여만원의 노무비를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96년 착공해 2001년 말 공사가 끝난 서해안고속도로공사 당진~서천 일부 구간 현장에서도 98년부터 2000년까지 같은 방법으로 9명의 인부 이름으로 2억7천여만원을 불법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허위인부로 주장하는 51명 가운데 <한겨레>가 연락처를 확보한 13명 중 11명은 허위 인부로 확인됐으며, 1명은 허위 인부로 등록된 기간 직후 숨지고 다른 1명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여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허위 인부로 확인된 이들 대부분은 고려개발 공사현장에서 일한 적이 전혀 없거나 이전에 잠시 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98년부터 3년 동안 서해안고속도로 공사현장 인부로 이름이 올라 있는 성아무개(34·충남)씨 등 3명은 “지난 98년 서해안고속도로 공사현장 근처의 설비회사 직원으로 일했으나, 현장 인부로 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98년부터 5년 동안 양산 물금택지조성공사 현장인부로 등록된 정아무개(29·부산)씨 등 2명은 “98년 4월 한달 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했을 뿐 그 뒤로는 일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서해안고속도로 현장에서 일한 것으로 등록된 한아무개(충남)씨는 98년 11월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문건을 입수한 2곳에서만 매달 평균 1천여만원 가량이 빼돌려졌다”며 “회사 전체 공사현장 횡령 금액을 모두 합하면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해안고속도로 공사현장 경리담당자는 “현장 주변 주민들의 민원에 대응하고 공사현장 직원들 ‘시간외근무’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미리 돈을 확보해 두었던 것”이라며 “본사에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본사 쪽은 “본사는 모르는 일이며 공사현장 차원에서 벌어진 일인 것 같아 곧 감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건을 공개한 노조원 이아무개(당시 경리담당자)씨는 “허위 인부 등록으로 현장에서 마련해야 할 할당액이 적힌 사장 결재 문건을 봤으며, 본사 감사팀도 현장에 내려오면 회사 지시대로 할당액을 마련했는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의 다른 공사현장 관계자는 “노조가 공개한 곳 외에도 회사 지시로 그런 일을 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이와 관련해 회사 쪽을 횡령 혐의로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