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설명회 회견문」

반백년의 비리부패, 노동자가 도려낸다!

건설현장 비리부패 실태 폭로,
건설현장 비리부패 척결 결의 선언


1.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용식)은 건설현장의 만연되어 있는 뿌리깊은 비리부패의 현실과 비리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건설노동자의 뼈아픈 현실을 고백하는 건설현장의 비리부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조사는 지난 5월 한달 동안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에 재직중인 전국의 현장소장들을 대상으로 하여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관들의 부당한 요구와 이에 따른 금품지급의 실태 등을 조사하였습니다.

2.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각종 비리부패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따라서 어무나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 감히 그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연맹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변하여도 철옹성의 장막을 치고 있는 건설현장의 비리부패 실태를 드러내어 심각성을 알리고 앞으로 건설노동자가 비리부패 척결을 할 것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3. 설문조사의 결과 그동안 감으로만 알고 말로만 떠돌았던 각종 기관의 요구의 실체와 각종 기관으로 마구 들어가는 검은 돈의 실체가 그 윤곽을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우선 평균 17.9년의 건설현장 경험이 있으며 현장소장으로의 재직 연수가 평균 7.6년인 응답자의 전부가 건설현장에서 부당한 요구를 받아본 적이 있으며 부당한 금품을 지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을 하였습니다. 이중 부당한 요구를 받은 기관의 순으로는 발주처, 경찰서, 언론사, 노동사무소, 구·군청 및 동사무소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부당한 금품요구가 가장 심한 기관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발주처를 꼽아 단연코 발주처가 으뜸이었으며 특히 공공발주공사의 현장소장들의 80%는 발주처를 금품요구가 심한 집단의 1순위로 꼽고 있었습니다.

4. 금액을 조사한 결과 한 현장에서 1년에 약 5천3백만원의 돈이 비리부패비로 나가고 있었는데 공공발주공사의 경우에는 약 6천만의 돈이 들어가고 있어 민간발주공사의 4천7백만원을 훨씬 압도하고 있어 공공발주공사에 있어 비리부패가 더 심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5. 연간 비리부패로 나가는 돈을 공사연수와 합산하여 이를 전체 공사금액에 대비하여 보니 공사금액의 0.54%가 비리부패비로 빠져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설문조사에 의한 수치이므로 자신의 비리를 밝히는 것에는 자연적으로 축소하여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0.54%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1년 총공사금액을 80조로 할 때 연간 4천3백억원이상의 돈이 건설현장에서 빠져나가며 건설현장을 그만큼 썩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6. 그런데 공공발주공사의 경우에는 공사금액의 0.8%이상이 비리부패비로 빠져나가고 있어 평균을 훌쩍 뛰어 넘을 뿐 아니라 민간발주공사의 0.3%에 비하여는 거의 2.5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다시 한번 공공발주공사의 비리부패의 심각성이 드러난 결과에 연맹은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상납금액의 기관별 비율을 보니 공공발주공사의 경우 상납비의 약 85%가 발주처라는 응답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리부패에 앞장서야 할, 누구보다 깨끗해야 할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비리부패를 주도하며 건설현장을 썩어가게 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까.

7. 물론 이러한 검은 돈의 흐름에 우리 건설노동자들 또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응답자의 55%가 이전에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은 경험에 의하여 금품을 지급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현장소장 A는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아 하루에 수십통의 공문을 접수한 기억을, 또 다른 현장소장 B는 발주처에서 미움을 받아 기성대금이 늦게 나와 고통을 받은 기억을, 현장소장 C는 갑자기 엄격한 감시와 규제로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비리부패의 소용돌이에서 건설노동자의 마음과 영혼도 같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8. 응답자의 약 60%는 건설현장의 비리부패 근절에 부정적이며 응답자의 43%는 국민적 합의가 바뀌어야만 건설현장이 바뀔 수 있다고 하여 건설현장을 비리부패 근절의 마지막 종착지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주지 않아도 되는 사회, 부당한 요구를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데 되기를 건설노동자들은 강력히 절실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이러한 비리부패가 결국 시공사의 부실, 하청의 부도, 현장노동자의 저임금 및 임금체불과 산재,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9. 이에 연맹은 정부가 건설현장의 비리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건설현장의 비리부패를 하루빨리 척결해야 하지만 건설노동자도 살고 건설산업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국민들이 안전하고 튼튼하며 오래가는 건축물에서 살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는 길입니다. 건설노동자에게는 당연히 이러한 건축물을 만들고 공급할 책임이 있습니다. 연맹은 앞으로 신고센터를 운영하여 현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생생한 비리부패를 접수할 것이며 접수된 것에 대하여는 고발조치 등을 불사할 것입니다. 또한 금번 조사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난 발주처의 행태에 대하여 예의주시하며 향후에는 공공발주처를 상대로 기관별 실태조사를 그 실상을 공개하고 관련자와 기관은 실명 발표하여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10. 노동자가 앞장서서 반백년 건설현장의 비리를 끊겠습니다. 연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입·낙찰, 준공검사, 하도급, 노임대장 등 모든 건설산업의 각종 비리부패부정과 투쟁을 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투명한 건설현장에서 자부심 넘치는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그 날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건설현장 비리부패 척결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하라
1. 공공발주공사 발주처 비리의 실상을 조사하라.
1. 금품요구 공무원은 엄중하게 처벌하라.
1. 불투명 불명확한 건설현장의 각종 규제를 정비하라.


* 첨부자료 : 1. 건설현장 비리부패 실태조사보고서 1부. 끝.



2003. 6. 17.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