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6-12-01

우병우 전체 수임내역 단독 입수
구속영장 기각됐던 사건 담당 검사
우 수석 되고 석달 뒤 민정실로 이직
대통령변호인 발표문 대리작성 의혹 당사자

홍만표 변호사와 공동변론 의심 또다른 사건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우 전 수석을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이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우 전 수석의 의뢰인은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 2심 재판에서 모두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 검사는 현재도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박근혜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의 언론 발표문을 대신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1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우 전 수석의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2013년 5월~2014년 5월)을 보면, 우 전 수석은 2013년 10월14일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주가조작 혐의를 잡고 수사하던 ㅍ제지회사의 대표 박아무개씨 등의 변호를 맡았다. 박씨에 대한 수사는 주아무개 검사가 맡았다. 주 검사는 박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박씨는 재판에서 1, 2심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증권범죄합수단이 출범한 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 매우 엄격하게 수사해 구속영장이 대부분 발부되던 때였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드문 사례였다”고 말했다. 주 검사는 우 변호사가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지 석달 만인 그해 8월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이직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검사로 재직하던 주 행정관과 변호사였던 우 전 수석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 행정관은 <한겨레>에 “당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는데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했다. 외압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왔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8월29일 서울북부지검이 내사하던 건설시행사 권아무개 대표의 횡령•배임 사건을 수임하기도 했다. 권씨는 회삿돈 66억여원 등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우 전 수석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권씨는 우 변호사 선임 직후인 2013년 9월 잠적했다가 우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뒤인 지난해 5월 검찰에 자수했다. 이를 두고 권씨가 민정수석이 된 우 전 수석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자수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권씨는 자수 뒤 기소돼 1심에서 3년, 항소심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이 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공동 변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도 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4대강 사업 수주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된 ㄷ엔지니어링 임원의 변호를 맡았는데, 홍만표 변호사는 2012년 이 회사의 계열사로부터 8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지난 7월 홍 변호사와의 공동 변론 의혹이 일자 “도나도나 사건 딱 한 건 같이 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 변호사와 홍 변호사는 같은 건물의 아래 위층에 변호사 사무실을 두고 여러 사건의 공동변론을 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5월부터 1년 1개월동안 46건의 사건(민사 11건,형사 34건,신청 1건)을 수임했다. 유사수신업체 도나도나 사기 사건 등의 형사 사건을 수임했는데, 대부분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변호를 맡았고 재판 때까지 변호를 맡는 경우는 드물었다. 우 전 수석을 검찰에 고발해 온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우 전 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행위 등을 수개월전 고발해도 감감무소식이다. 특검이 더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