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청소용역업체가 원청회사인 한국공항공사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에 ‘언론 접촉 금지’를 포함한 ‘협박성’ 경고장을 보냈다.

31일 김포공항 청소노조에 따르면, 지난 30일 용역업체 지앤지는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인 공공비정규직노조 손경희 서울경기지부 지회장(51)에게 “더 이상 언론사를 초빙하여 사실과 다르거나 노동법령을 위반한 요구를 정당한 것으로 호도하는 행위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용역업체는 경고장에서 “사용관계가 없는 공항공사에 대한 교섭요구를 하면서 집단행동을 주동하는 것은 노동법령을 위반한다”, “1인 시위는 집회신고만 생략될 뿐 집회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장소에서는 위법하여, 위반시 침입죄, 퇴거불응죄 등 선례도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바란다” 등이라고 밝혔다. “언론과 공항 승객을 볼모로 귀하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를 중지하라”고도 밝혔다.

업체가 경고장을 보낸 지난 30일은 손 지회장이 공항공사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날이다. 당시 손 지회장은 “지난 26일 새벽 1시까지 열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노사 대화를 위해 파업을 중단해 달라’는 간곡한 권고를 받아들여 파업 4시간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복귀 한 시간 후 공항공사가 대화를 거부했다”고 단식 이유를 설명했다.

손 지회장은 지난 12일 청소노동자들이 겪은 성추행·가혹한 근로 조건 등을 폭로하며 삭발식을 한 당사자다. 그는 지난 30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공항공사 측에서 여러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대안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노조와 만나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청소용역업체가 지난 30일 단식 중인 손경희 지회장(51)에 보낸 경고문. 노조 제공
김포공항 청소용역업체가 지난 30일 단식 중인 손경희 지회장(51)에 보낸 경고문. 노조 제공
정진희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사무국장은 이날 “경고장이 온 이후에 업체에 ‘그렇다면 기존보다 개선된 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업체가 ‘저희 돈 없는 것 알잖아요’라고 했다”며 “노조는 공항공사든 업체든 대화할 의사가 있다. 그런데 정식 교섭 요청도 아니고 경고장을 주며 ‘돈 없다’고 하면 대화하자는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업체 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청하라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이날 국회 비정규직 차별해소 포럼을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은 김포공항 청소노조 문제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원사업자들은 수급사업자에 대한 경영상의 간섭을 금지하고 있는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조항 등을 이유로 하청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하고 있지만, 이는 ‘부당한 경영간섭’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오히려 원청 사업자는 구체적인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실질적 사용자로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