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경직성이 특권노조 때문이라고?

<문화일보>는 “국가경쟁력 악화 主犯 지목된 노사관계와 오너 甲질”제목 사설에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30일 공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9위로 지난해보다 4계단 추락,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린 두 주범(主犯)이 후진적인 노사관계와 기업가정신 퇴조, 기업 효율성의 세부 지표에서 노동시장 경쟁력은 1년 새 35위에서 51위로 급락, 이중 ‘노사관계’는 꼴찌에서 3위인 59위, 고용 경직성이 높고, 소수 특권노조에 편중된 국내 노동시장의 실상을 반영한 성적표‘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국제기구나 국제평가기관들의 통계나 제외하고 ‘경영’관련 기관의 통계를 우선으로 들고서 한국경제상황을 설명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다. 이 사설은 ‘노사관계’ 순위를 소개한 뒤에 ‘고용경직성’과 ‘소수특권 노조에 편중된 노동시장’이라는 자신들의 노동(노조)공격 이데올로기 프레임(빵틀)에 집어넣어 프린트 한다. 대기업의 고용경직성이 높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특권노조의 책임인가? 재벌대기업은 기본급이 낮은 대공장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시간외 수당을 지급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신규채용을 통한 일자리는 늘리지 않는다. 자본은 총인건비를 절약해 더 많은 이윤을 얻는다. 고용경직성은 자본의 이윤극대화 논리의 산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를 나누는 노동운동을 방기한 대기업노동자들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권시장에 편중된 노동시장이란 거짓이다.


<조선일보>는 “'스타 검사 홍만표' 추락, 검찰 생태계 그만큼 부패했다는 뜻”제목 사설에서 ‘전관(前官) 변호사가 연간 백억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후배 현직 검사들의 배려, 전·현직의 공모 비리가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어려운 범죄는 한번 드러났을 때 엄하게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공안과 특수부 검사는 권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검찰생태계가 부패했다는 것은 부패한 권력의 모습이 부패한 검찰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직이 전관에게 ‘예우’하는 것이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불법’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말하자면 범죄행위의 공모자인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검찰생태계 부패는 부패한 정치권력의 빙산의 일각임을 인식할 때 제대로 된 처벌과 개혁이 가능하다.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한 <문화일보>사설처럼 “또 로비 의혹 증폭되는 檢…검찰개혁 百年河淸인가”라고 한탄만 할 뿐이다.

<매일경제신문>는 “세번째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서울메트로 각성해야”제목 사설에서 ‘용역업체의 매뉴얼 준수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서울메트로 책임, 안전에 관한 핵심 업무를 용역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관리감독 책임과 안전업무에 대한 외주화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올바른 판단이다. 그러나 사고가 날 때마다 이렇게 사안별로 문제를 지적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imf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 하에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노동시장유연화를 추진한 결과가 이렇게 무고하게 목숨을 빼앗기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여전히 노동개혁, 구조개혁의 이름으로 민영화와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이런 류의 법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매일경제신문>은 “한국 경제 악재 몰린 6월 고비 잘 넘겨야 한다”제목 사설에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대내적으로는 지뢰밭과 같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관련 악재 넘어야, 재정·통화·금융당국이 가장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시나리오별로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할 것을 주장한다.

대외여건에 맞서는 것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외엔 다른 대응책이 없다. 다만 국내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주체를 ‘재정·통화·금융당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 부실의 책임은 산업정책, 금융기관의 관리감독 등에 책임이 더 크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당국자’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대규모 노동자 정리해고를 발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언어도단이다. <문화일보>는 “朴대통령, 귀국 즉시 구조조정부터 직접 챙겨야”한다고 주장한다. ‘474경제 공약’이 ‘262경제’로 쪼그라들었는데 그것부터 책임 질 분이다.


(2016.5.31.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