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와 자본이사제

서울시가 서울메트로 등 산하 15개 공기업에서 노조가 추천하는 노동자 1~2명씩을 비상임 이사로 선임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서울시 '근로자 理事', 이상은 좋지만 그럴 여건 돼 있나”제목 사설에서 ‘독일·스웨덴·프랑스 등 18개 유럽 국가들이 시행 중이지만, 문제는 우리의 노사 문화가 이 제도의 좋은 취지를 살려나갈 정도로 성숙해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기업·공기업의 강성·귀족 노조가 보여준 온갖 비상식적 갑질 행태를 보면 노조의 경영 참여가 이상(理想)대로 순기능을 발휘할지에 대해 회의적, 서울시가 근로자들에게 의사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주고 싶다면 협력 대신 투쟁을 앞세우고 정치적 이유로 경영의 발목을 잡는 귀족 노조들 행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 18개 국가에서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이지만 한국은 노사문화가 성숙돼 있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본이사제’는 안정되어 있지만 ‘노동이사제’는 불안하다는 것인데, 결국 노사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것은 노동 때문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동안 자본이사제를 통한 기업경영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하고 있다면 자본이사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사설은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가 ‘강성에 귀족노조이며 비상식적 갑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참여가 회의적이라고 단정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노조의 경영참여를 통해 그 결과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협력보다 투쟁을 일삼는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투쟁하지 않으면서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용노조 말고 자본이사제만 고집하면서 노조를 배제시키는 한 노조의 협력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노조의 경영참여는 자본에 포섭시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언론)은 노동배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의 5개 공공부문 산별노조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투쟁을 선언한 뒤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야당에게 성과연봉제 국회 특위 구성을 요구한 데 대해,

<동아일보>는 “巨野, 북핵만 아니라 투쟁 일삼는 양대 노총에도 할 말 하라”제목 사설에서 ‘120개 공공기관 중 성과급 도입을 완료한 곳이 53개뿐이라니 ‘고용주’인 정부의 방침이 공공기관에도 먹히지 않는다는 뜻, 정권교체는 양대 노총이 아닌 국민의 손에 달려 있음을 두 야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를 북한핵 대하듯이 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하기야 한국의 자본언론 입장에서 노동계 투쟁이 북한핵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예산을 압박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항이다. 작년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여 재미를 본 김에 성과연봉제 역시 막무가내로 압박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2년 연속 정부의 일방적 지침을 통한 제도개악에 내홍을 앓고 있다. 속이 문드러지든 말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그야말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고위관료들과 집권세력은 진정한 성과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효율은 비효율일 뿐이다.

<동아일보>는 고용주인 정부의 방침이 공공기관에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공공기관도 헌법이 노동법이 보장하는 노조가 있고 노사간 단체협약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정부지침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쿠데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정부가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고서는 행정부가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노동계가 정부의 일방적 공세에 대응해 야당에 문제해결을 요구한 데 대해 ‘정권교체’를 하기 싫으면 노조 입장에 서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것은 노조 자체를 부정하거나 야당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이다.
(2016.5.11.수,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