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모든 노동자 비정규직 만드는 성과연봉제

<문화일보>는 “公기관 성과연봉제, 정부의 더 강력한 의지가 관건이다”제목 사설에서 ‘기획재정부는 9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는 2017년 총인건비를 동결하고, 조기에 도입하는 곳에는 기본급의 10~30%를 일시불로 지급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병행, 공공기관 노조와 양 노총은 성과연봉제가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며 반발하지만,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공격한다.

공공기관은 정부투자기관,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한 출연기관 등 다양하다. 그런데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통해 획일적으로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 임금체계는 기관의 특성을 살려 노사간에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운영해 왔다. 그런데 정부예산을 편성해 국회 동의를 얻은 뒤 효율적으로 집행 감독하는 기획재정부가 노동부조차 제치고 청와대의 전위대 역할을 하면서 공공기관의 노사문제까지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기관 전체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국책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은행장들은 거액의 성과연봉을 받았지만 부실은 면치 못했다. 아무리 정부가 공공기관의 예산을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총예산이 아닌 내부의 임금 배분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통해 통제한다면 기관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추가예산을 줄 것도 아니면서 성과 낮은 직원의 임금을 깎아 성과 좋은 직원에게 얹어주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라는 주문이다. 객관적 평가기준이나 결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일반해고와 맞물려 노동자 해고와 임금삭감 그리고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는 “고용시장 활력 위해 임금체계부터 확 바꿔야”제목 사설에서 ‘비정규직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의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해, 이걸 바꾸려면 동일 노동·동일 임금, 즉 같은 일을 하면 비슷한 임금을 받도록 해야, 생산성과 관련 없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에선 불가능, 비정규직은 현행법상 장기근속이 어려워, 호봉제가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을 위한 임금체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한다.

말이 ‘고용시장 활력’이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비정규직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 정규직노동자 책임인가? 그것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사용자와 제도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된다. 차별적인 제도를 두고서 그 차별이 정규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비정규직이 형행법상 장기근속이 어렵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그 이전에 해고하면서 장기근속이나 정규직이 되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

호봉제가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소위 말해서 매년 호봉이 하나씩 올라가는 연공서열이라고 하는 것인데 모두에게 해당하지만 승진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능력과 성과가 높은 경우에 해당한다.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모든 사람이 승진할 수 없는 일이다. 호봉제가 문제라면 매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률을 감안한 임금인상도 문제가 될 것이다. 왜 획일적으로 인상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산은·수은 ‘임금 반납’은 성과연봉제 막으려는 꼼수다”제목 사설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용 자금을 확충하기 전에 이들 국책은행의 임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추진, 일회성 임금 반납과 도입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성과연봉제를 주고받는 일종의 꼼수’라고 비판한다. 임금반납과 성과연봉제는 연동되는 문제가 아니다. 임금인상이나 삭감은 호봉제나 성과연봉제와 무관하다. 노조는 임금삭감여부와 상관없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造船 노조 귀족 행태 계속하면 기업 문 닫을 수밖에”제목 사설에서 ‘조선 3사의 정직원은 5만4582명이고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1%,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같은 빚더미인 한진·현대해운(2%)의 다섯 배가 넘고 삼성전자(7.6%)보다 높아, 현대중공업노조 구조조정 반대 상경 투쟁, 대우조선해양노조의 "추가 희생은 받아들일 수 없다" 등 회사가 망해가도 노조는 귀족 행태, 당장 회사를 살리는 게 급선무, 노조가 그동안 누려온 고연봉과 복지 혜택을 포기하며 고통을 나눠 지지 않으면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부담을 감내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산업과 업종에 따라 다르다. 생산현장의 자동화 여부, 노동자 개인의 작업 형태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조선업종의 경우 많은 노동자들이 수많은 철판을 용접하는 작업공정으로 볼 때 다른 산업과 인건비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또 선박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지금 조선업 현장에서는 많은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난 상태이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대규모 정리해고에 직면해 있다. 이 사설은 그저 ‘고연봉과 복지혜택 포기’만 거론하고 정리해고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의 주축이었고, 재벌과 대주주 그리고 금융자본의 돈벌이의 토대였던 조선업종 종사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고 임금과 복지를 빼앗기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일이다. 이 사설 스스로 ‘조선업 위기는 경영진의 방만한 행태와 정부·국책은행의 감독 부실 탓, 직원들 희생만 강요하지 말라는 목소리에도 일리’가 있다고 얘기하면서 그 전통적인 노조공격 이데올로기인 ‘귀족’ 운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금도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간다. 죽음의 공장, 야만의 공장이다. 그 곳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귀족이면 현대중공업 사주 정몽준은 무어라고 불러야 하나?

(2016.5.10.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