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에도 변함없는 성장논리

<한국경제신문>은 “속속 떨어지는 성장 전망…정치는 관심조차 없고”제목 사설에서 ‘전기 대비 5.9% 급감한 1분기의 설비투자, 12.5%(2월)에 달한 최악의 청년실업, 매월 8.2~19.8%씩 감소한 4월까지의 수출실적 등 우울한 지표, 한국은행이 연초 3.0%에서 불과 석 달 만인 지난달 2.8%로 성장 전망을 수정, ‘신속한 구조개혁과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근본적인 치유법이지만 정치권엔 반향 없는 외침일 뿐, 더구나 지난달의 총선은 국회를 생산적인 결론에 도출하기 어려운 구도, 구조조정은 싫고 손안의 복지는 포기할 수 없다는 근시안적인 ‘표심’이 택한 정치 지형‘이라고 한탄한다.

지금의 저성장과 침체가 구조개혁과 규제혁파가 안 돼서 그런가? IMF 외환위기 이후 18년 동안 끊임없는 구조개혁과 규제철폐의 결과가 오늘의 결제현실이고 경제성적표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하고 있는 문제로 귀결된다. 저성장시대에 적응하면서 변화를 모색할 생각은 않고 끊임없는 성장 동력만 찾다보니 대책이 안 선다. 지난 총선 결과 구조개혁이 더 어려워졌다며 암울하다고 주장한다. 여당이 과반수 나아가 국회선진화법을 넘어설 의석의 60% 이상을 넘어서지 못해서 국회에서 ‘생산적인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지금의 경제국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노동시장유연화, 민영화, 구조조정을 하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이다. 지금의 경제침체는 그것이 너무 많이 진행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산업구조조정, 정부가 국회 동의 얻어 정공법으로 풀어야”제목 사설에서 ‘구조조정 자금은 정부가 국회 동의를 얻어 예산으로 집행하고 한은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시장 불안이나 자금 경색에 대처하는 것이 국가 기관들 간의 정상적인 분업이요 협업’이라고 주장한다.

국회 동의절차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결국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풀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한국은행으로만 말하면 마치 한국은행이 가진 돈은 국민들과 무관하게 별도로 보관한 돈처럼 느껴진다. 한국은행의 발권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한 경제성장의 결과이든 아니면 국민의 고통(임금삭감, 실업, 해고, 부채 등)의 결과물이다. 이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마치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원만한 대화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진행한다. 결국 노동자 대량해고와 실업에 대한 저항을 묻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호경기 때는 재벌과 대주주의 주머니를 채우고 불경기 때는 노동자의 주머니를 터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는 셈이다.

<문화일보>는 “국회 ‘無노동 無임금’, 19代 문 닫기 전에 제도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운동 탄압에서 사용하던 ‘무노동무임금’논리를 국회에까지 끌어들였다. 그런 논리를 펴려면 먼저 국회의원의 세비가 아니고 임금이라는 규정을 내려야 한다. 그 다음에는 노동시간, 노동 형태 등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업무가 일반노동자와 같은 노동인지 아니면 정치활동이라는 특수한 형태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여야 한다. 만약 임금이라고 했을 때 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법안 하나 내지 않은 국회의원의 임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법안은 많이 냈지만 하나도 제정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는가? 국회 상임위, 본회의 출석만으로 할 것인가, 지역구활동까지 모두 포함할 것인가?

결국 국회의원에게 ‘무노동무임금’을 포함해 세비가 아닌 임금으로 규정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예 모든 비용은 실비지출을 원칙으로 무보수로 활동하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자본언론들이 국회의원 세비나 특혜 그리고 보좌관 수나 예산 등을 가지고 ‘무노동무임금’ 논리를 펴는 것은 전혀 실현가능하지 않은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매우 구체적인 대안이 아니고서는 허공에다 대고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자들에게 ‘무노동무임금’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기 위해 국회의원이라는 예를 들고 있는 건 아닌가?


(2016.5.9.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