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시급 7076원으로 살아보시렵니까?

<한국경제신문>은 “지자체 멋대로 퍼주는 생활임금, 세금은 누가 내나”제목 사설에서 ‘지방자치단체 47곳이 직접 고용한 청소·경비업무 종사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내년에는 70곳, 각 지자체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평균 7076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시급 6030원)보다 17.3% 높아, 생활임금은 결국 해당 지역민들의 세금,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80%를 웃도는 곳이 10곳, 재정자립도가 12.2%밖에 안 되는 지자체도,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임금 수준을 약속하고, 국민 세금으로 생색을 내는 나쁜 버릇’을 지적하고 있다.

사기업이 됐든 지자체가 됐든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켰으면 임금을 줘야 한다. 당연히 생활임금이어야 한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생계비에 근거한 노동력의 대가이다. 현재의 최저임금 시급 6030원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임금이다. 지난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알바노조와 노동당이 주장해 온 시급 1만원을 다른 야당들도 공약으로 차용해 갔다. 새누리당도 시급 9천원까지 제시했다. 이 사설은 세금은 누가 내느냐고 묻는데 당연히 국민이 내야 하지만 많이 가진 자, 많이 버는 자가 많이 내면 된다. 그게 안 돼서 문제가 된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따라 하긴 했지만 ‘제멋대로’ 한 것은 아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실제 이뤄지고 있다. 그깟 생활임금을 ‘퍼준다’고 표현하는 자본언론들이 부자들에게 정당한 세금 물리는 데 대해서는 ‘세금폭탄’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이들의 세치 혀 이데올로기는 사악한 몇몇 단어를 가지고 평생 울궈먹고 있다. 논설위원 그대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설 한 쪽 쓰고 연봉이 얼마며, 시급 얼마를 받는가? 연봉 1억이면 시급 5만원이고, 2억이면 시급 10만원이다. 시급 7076원이 그래가 배가 아픈가? 그 돈으로 생활 한번 해보시겠는가?



<조선일보>“구조조정 골든타임 가는데, 이번엔 출자·대출 싸움인가” 제목 사설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의 직접 출자를 통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사실상 거부, 이 총재는 한은 출자가 '손실 최소화'라는 중앙은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면서 출자 대신 '대출' 방식의 대안, 정부 역시 한은과 긴밀히 협의하기보다 일방통행식으로 압박하며 한은의 반발을 자초, 국가 경제를 놓고 보면 자본 확충 방식이 '출자'냐 '대출'이냐는 부차적 문제,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의 사활이 달린 구조조정 작업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IMF외환위기 때고 그랬고 지금 역시 위기를 내세워 국민의 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골든타임’ 운운하지만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보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국가로서의 골든타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전세금이 가구당 2억원을 넘어서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데도 불구하고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일에는 골든타임이 없었다. 그런데 국민의 주머니를 터는 일에는 골든타임을 외친다. 날강도 짓이다. 출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대출이라는 것조차 건실한 담보가 없는 한 한은 출자 즉 돈 찍어 구조조정에 투입한 뒤 결과는 국민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출자보다 담보대출'…한은의 구조조정 제안 일리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통화의 증발은 어떤 경우건 국민 모두의 재산 탈취와 비슷한 ‘눈속임 조세’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 한은법이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면 출자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일단은 한은에서 돈을 가져오는 것이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1998년 IMF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중 회수되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골든타임’, ‘신속’ 운운하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 들지 말라!

<매일경제신문>은 “방만·부실 국책은행 성과 연봉제 거부할 명분 있나”제목 사설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노동조합의 반발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난항, 공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성과연봉제는 무책임한 방만 경영을 방지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책은행장과 임원들의 고액성과연봉에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만·부실결과가 발생했다면 성과연봉제의 허구가 증명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고집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은 정권이 내세운 정책의 관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하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중앙일보>는 “평균 전셋값 2억…언제까지 주거불안 방관할 건가”제목 사설에서 ‘서울 아파트는 지난달부터 4억원을 넘어서, ‘미친 전셋값’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공공임대주택의 대대적 확충을 포함한 강력한 주거 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주택정책의 핵심은 주거정책이다. 우리가 ‘의식주’를 말할 때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집이 투자를 넘어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박근혜 정권 역시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의도했지만 그것조차 한계에 직면했다. 전세값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지경이 됐고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이 사설은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말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개발방식으론 그 비율이 너무 적어서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과세 등 주택소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현재체제를 그대로 두고서 주거안정은 불가능하다. <중앙일보>는 “세계 유례없는 ‘여론조사 공천’ 중단하자”제목 사설에서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가 작성한 4·13 총선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총 5374회(공개 1744회, 비공개 3630회)였고 조사회사 수는 186개, 정당이 여론조사 공천을 중단해야 거기서 파생되는 정치시장에서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여론조사의 혼란이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수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 정당다운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정당은 당원을 중심으로 정상적인 민주적인 절차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정당운영이 없으므로 결국 정당 바깥에서 자신의 정당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꼴이 생긴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선출이니 전략적 공천이니 하는 난맥상이 연출된다. 같은 당 뿐만 아니라 당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후보단일하라는 이름으로 정당정치가 붕괴된다. 소선구제하에서 당선을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를 통해 1:1 구도를 만들자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이념이나 노선은 사라진다. 선거 이전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도와 룰을 마련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뒤죽박죽 엉망진창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나 노동조합보다 훨씬 못한 선거다. <동아일보>는 “‘투자절벽’ 해소할 규제 혁파로 新산업 성장 물꼬 터주라”제목 사설에서 ‘올 들어 어제까지 국내 상장기업이 발표한 설비투자 계획액은 1조854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5.5%,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통과 등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서비스산업의 규제 혁파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해 기업이 신(新)산업에서 활발하게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하루속히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설은 스스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것은 글로벌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와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으로 수출이 줄어든 데다 국내 소비도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답을 ‘규제혁파’로 내리는 것은 원인진단과 대책이 따로 노는 꼴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투자를 더 늘린다고 일자리와 소비가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신산업을 말하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통과’를 주장하는 것 역시 논리적이지 못하다. 그저 이런 기회에 자본에게 더 유리한 제도나 챙기자는 것 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禹 원내대표 "낡은 운동권 문화 청산" 기대 갖고 지켜본다”제목 사설에서 ‘지금 운동권이 비판받는 것은 이미 민주화된 지 30년이 된 사회에서 아직도 세상을 민주 대 반(反)민주, 선(善) 대 악(惡) 이분법’을 본다고 비판한다.

국민들은 신유신독재정권이라 아우성이고 지난 총선에서 심판까지 내렸는데도 30년 전 일이라고 우기는 <조선일보>야말로 정말 30년 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미안하지만 더민주당 인사들 중 운동권은 없다. 그들은 보수정치인일 뿐이다. 물론 개혁적 인사가 없지는 많다. 더민주당은 집권 10년 내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고 오늘날 신자유주의 한국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물론 30년 전 운동권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속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운동의 핵심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약탈경제체제 즉 자본 운동에 대응하는 노동운동을 포함한 제반 변혁운동이다. 하기야 지난 총선은 박근혜정권의 반민주독선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지만 그 근저에는 실업, 저임금, 부채 등 총체적 삶의 붕괴와 미래에 대한 불안의 정치적 표현이었다. 아직 국민들 대다수가 계급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좌클릭하지 못한 현실일 뿐이다. 진정한 그리고 새로운 운동권이 필요한 시대다.


(2016.5.7.토,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