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퇴출이 능사인가

교육부가 인문사회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2030년이면 대학정원 56만명에 고교졸업생 40만명 뿐’이라며 “이공계 늘린다는 교육부, 부실대학 퇴출부터”, <중앙일보>는 “‘인위적 구조조정으로는 글로벌 대학 못 키운다”면서 ’부실대학 솎아내고 선택과 집중’을, <문화일보>도 “교육부, 공대정원 확대보다 부실대학 퇴출이 더 시급하다”, <동아일보>는 “교육부 폐지론에 박수치는 현실, 교육부만 모른다”면서 ‘교육부가 대학위에 군림하고 간섭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은 자랑하는 것은 대학의 수요보다 공급과잉의 결과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학력차별이 대학진학률을 높인 점도 있다. 이제 한국사회의 기본학력이 대학졸업이라 할 정도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것이 쉬운 조건도 한몫했다. 이래저래 학력 인플레에 사회 진출하는 구성원의 자격증처럼 됐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졌고 빈곤한 노후의원인 중 하나가 됐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알바를 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면서부터 부채에 시달리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먼저 교육부가 인문사회계를 줄인다는 발상도 문제이고, 언론들이 말하는 대로 부실대학을 문 닫게 하라는 것도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학생 대비 교수비율로 따지면 2030년에 정원보다 입학생이 적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문제는 4년제 대학진학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굳이 부실대학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4년제 대학으로 운영하기 어렵거나 그럴 필요성이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꼭 4년 동안 대학을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면 단기과정 즉 직업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대학은 기존의 일반대학에서 방송통신대학, 학점등록제, 그리고 사이버대학까지 다양화 되었다. 대학등록금을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교육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부 당해 년도 예산을 가지고 대학 단편적인 구조조정 운운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일경제신문>은 “구조조정은 속도가 생명, 정부∙한은 결단 내려라”는 제목 사설에서 정부가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것을 옹호하면서 ‘출혈을 최소화하면서 썩은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인 국책은행의 책임을 묻고 있긴 하지만 한국은행의 돈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면 최종적인 부담자인 국민이 책임지는 것이다. ‘도려내는 살’을 구체적으로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로 정리해고 당하는 노동자들일 것이다. 결국 정부의 산업정책, 금융정책, 재벌기업의 경영의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이 지게 되는 데 자기들 마음대로 구조조정이니 한은 자금이니 운운하면서 속전속결을 외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가만히있을 수 없다.

<매일경제신문>은 “미대통령 당선 가능성 높아진 트럼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목 사설에서 ‘방위비부담, 중국∙북한과 대결구도로 한반도 정세불안고조’가 예상되니 ‘트럼프측에 미리 채널을 확보해 한국 입장을 전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사대주의 외교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미국에만 기대어 대처해야 한다는 발상이 문제다.

트럼프가 지금 말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미국만이 우리의 우(맹)방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얼마나 종속적인 생각인가. 우리는 한미동맹에다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군사동맹만을 생각하지만 미국은 한국을 그렇게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남북대화와 협상 그리고 경제적 교역확대를 통한 자주적인 외교, 다변화된 외교를 구상하고 실천할 때지 트럼프 같은 인물에게 줄을 댈 때가 아니다. 설령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금 떠벌리는 것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2016.5.4.목, 조중동한매문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