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환율이 총칼 없는 전쟁이란 걸 이제 알았나?

미 재무부가 지난 2월 발효된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기준으로 ①현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200억달러 초과), ②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3% 초과), ③지속적인 일방향 시장 개입(연간 GDP 대비 2% 초과 순매수)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283억달러, 경상흑자 GDP의 7.7%, 달러 순매수 0.2%로 ①, ②에 해당하여 독일 중국 일본 대만과 함께 ‘환율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 향후 ‘외환시장판 슈퍼 301조’인 개정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따라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데 대해,

<중앙일보>는 “환율 조작국 지정 피했다고 안심할 일 아니다”제목 사설에서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발상, 환율은 외교요, 총칼 없는 전쟁, 대미 흑자가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란 점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기업도 더 이상 정부의 환율 방패에 기대지 말고 실력을‘ 주장한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 우려되는 모양이다.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면 현재 대학에서 화폐금융이나 외환시장에 관한 강의가 엉터리이거나 관련 경제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미화하면서 산업사회에서 금융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하더니 느닷없이 외교나 전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 볼썽사납다. 미국에 불황형 흑자라고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화폐전쟁에서 통할 리 없다. <동아일보>는 “유일호부총리, ‘환율관찰대상국’ 된 게 자화자찬할 일인가”제목 사설에서 ‘대미 무역흑자 폭이 크다지만 서비스 부문의 적자로 상쇄되고 사실상 미국인 소유인 초국적 기업의 수익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조치는 지나쳐, 구조조정을 미루는 바람에 기초 체력이 바닥 난 한국 경제는 지금 진퇴양난, 기획재정부는 ‘Monitoring’을 ‘감시’가 아닌 ‘관찰’로 해석하고 “환율조작국에서 빠진 건 부총리가 미국을 설득한 경제외교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무역 흑자폭 중 서비스 부문에서 상쇄되는 부분과 미국인 소유 초국적기업의 수익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수출, 수출을 부르짖다가 결국 남는 게 없게 됐다.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이 지배하는 한국경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구조조정을 미뤄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바닥나서 미국의 압박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과도하다. 1997년 말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당시에도 한국경제 기초(펀더멘털)가 약해서 무너진 게 아니었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선진국이 한국경제를 사냥하는 방법으로 자본을 급격하게 빼나가면서 한국경제를 주저앉혔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환율조작국 피했지만 영 찜찜한 관찰대상국 지정”제목 사설에서 ‘수출이 16개월째 뒷걸음질인 마당에 원화 절상 가능성이 열린 것은 무척 부담, 미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무질서한 시장 환경 발생 시’로 제한할 것을 요구, 예민한 시기에는 조심하는 게 상책, 대미 무역흑자의 상당 부분이 서비스적자로 상쇄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차제에 ‘한국형 양적 완화’란 표현도 오해 없도록 조심해야, 환율은 정치‘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예민하게 나오니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고 한다.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미국의 (폭력적)보이는 주먹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 한다. 대학에서 화폐금융이나 외환시장 강의도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대미무역흑자의 상당수가 서비스적잘 상쇄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대미 흑자의 상당부분이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서 얻는 수익이고 거기다 주한민군 주둔비나 세계 1위의 미국 무기 수입국이라는 점도 부각시켜야 한다. 국내 노동자 착취하고 소비자 수탈해 수출해 남는 것 없는 장사하면서 오해를 사는 꼴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원화가치 올리라는 美 감시의 눈초리 매서워진다”제목 사설에서 ‘미국 재무부가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높은 수출 의존에서 벗어나 비교역재 부문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 외환당국이 급격한 환율변동 위험에 대응하는 미세조정 차원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원화가치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노골적인 압박...내수 활성화에 더 힘을 쏟으면서 수출기업의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정공법’을 주장한다.

미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언제나 노골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강의나 자본언론의 환율 기사는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환율이 결정되다고 말해왔을 뿐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환율은 화폐전쟁으로 표현되듯이 힘의 관계에서 결정되었다. 물론 평화시기가 있는 듯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는 폭력적 힘의 균형이었다. 이제서야 내수 활성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일보>는 “‘신의 직장’ 금융공기업, 실적 부진해도 연봉은 오르나” 제목 사설에서 ‘예탁결제원이 1억491만 원, 투자공사가 1억469만 원 등 평균 연봉 9000만 원을 넘는 공공기관만 18곳’이라면서 실적에 관계없이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에다 ‘낙하산’ 경영진이 노조와 타협하다 보니 생긴 폐해, 성과연봉제의 확산과 경영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고 정피아 관피아 인사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언론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의 직장을 ‘신의 직장’이라 표현한다. 그런데 소속 노동자를 표현할 때는 ‘신’이라고 하지 않고 ‘귀족노동자’라고 칭한다. 연봉 9000만원 넘는 노동자가 ‘신’이라면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 재벌 경영자나 수백억원이나 천억원대 고배당을 받는 재벌 대주주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호봉제 때문에 임금이 높으니 성과연봉제를 하면 임금이 낮아지나? 물론 하위 등급을 받은 노동자는 임금이 낮아지겠지만 상위등급을 받는 노동자는 지금보다 훨씬 연봉이 높아진다. 정권이나 자본 그리고 자본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1억 연봉이 아니라 2억, 3억...연봉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프로스포츠분야로 가면 성과에 따라 수십, 수백억원 연봉자가 나온다. 임금의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얘기하려면 상하한제를 두던가, 아니면 조세제도를 통해 강력한 누진세제를 적용하면 된다. 만약의 고액 연봉이 장시간 노동시간으로 인한 임금이라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 만큼 임금을 줄인 뒤 인원을 추가 채용하면 된다.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귀족’이네 ‘신’이네 할 것이 뭔가? 법으로 상한제를 정하든가 아니면 세금을 많이 내게 하고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에게는 보편적 사회복지를 높여나가면 된다. <동아일보>가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을 똑 같이 하자는 주장이 아니라면 임금의 격차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공정한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면 된다. 동아일보 기자나 논설위원은 현재 연봉이 얼마인데 실제는 얼마를 받는 게 적정한지 밝히면 된다.

<매일경제신문>은 “은행서 내몰린 취약계층, 가계 빚 풍선효과 유의를”제목 사설에서 ‘은행 대출이 힘들어진 청년층, 노년층 등 취약계층이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위험, 비은행권 대출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할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금리 재조정, 만기 연장 등 취약계층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야,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207조원, 기업 구조조정 못지않게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주장한다.

풍선효과는 매우 심각하다. 그만큼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려면 경제 주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경제주체에 가계 역시 기업과 대등하게 놓고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의 공적자금은 기업이나 은행에만 한정해 왔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원천은 알고 보면 가계부문에서 나온다. 노동과 자본의 계급적 착취구조와 불평등 구조가 감춰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계부채 구조조정은 위미 있는 일이다. 파산지경에 이른 영세 가계부터 원금상환을 넘어선 이자부문에 대해서는 탕감조치 등 적극적인 부채대책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는 “해병대 훈련까지 막은 제주 강정마을 주민의 反이성”제목 사설에서 ‘안보 국책사업인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의 발목을 잡았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병대 훈련까지 막은 것은 반(反)이성적 일탈, 주민 측은 “군인들이 차량 전면과 좌우에서 총을 겨누면서 이동하니까 막은 것”이라며 “부대 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나 양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 하지만 해군 제주기지전대와 해병대 측은 29일 “훈련 중에 사방을 감시하는 사주경계는 당연하고, 행정 기관에 미리 공문을 보내 홍보를 요청했다”고, 시민단체 일각이 합세한 주민의 극렬한 반대로, 복합항 공사는 사업 착수 10년 만인 지난 2월 26일에야 준공식, 훈련 방해 당일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을 포함한 5개 단체 120여 명을 상대로, 공사 지연 손해 275억 원 중 34억 원에 대한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그 취지대로 불법 행위는 반드시 민·형사 책임 모두 물어야, 주민들은 해군의 소송 취하를 위해 정치권이 나설 것을 요구하지만 거듭돼온 불법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에서 강정마을 주민이 예외일 순 없다’고 주장한다.

해병대의 마을 이동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양측 주장이 갈리는데 이 사설은 제목을 강정 마을 주민들이 ‘해병대 훈련을 막았고’ 그래서 ‘반이성’이라고 규정한다. 강정해군기지라고 하면 될 것을 끝까지 ‘민군복합형’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공사가 10년이나 걸렸다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매우 짧은 기간에 건설이 완료된 경우다. 그만큼 폭력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민군복합형이나 우리나라 상선이나 유조선의 남방해상로 보호를 위한 해군기지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주민의 동의도 없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강행한 해군기지 건설이었다. 주민들은 물론 평화와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연대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연행, 구속, 감당할 수 없는 벌금도 모자라 34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의 주민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이 사설은 그 동안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채 비정하고 비열하게 아픈 상처를 공격하고 있다. 강정주민을 ‘반이성’이라고 말하는 <문화일보>의 ‘몰이성’ 아니 ‘폭력성’에 치가 떨린다.

(2016.5.2.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