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돈의 진짜 영혼과 주인은 누구일까

<한국경제신문>은 “한은의 구조조정 출자금에 영혼은 있는 것인가”제목 사설에서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을 보강해주는 방안 급부상, 한국판 양적 완화 탄력 붙은 모양새, 한은의 통화정책은 무차별적이고 보편적이어야, 수혜 대상이 특정돼 있다면 이는 개별은행 또는 정부재정 해결’을 주장했다.

수혜대상이 특정돼 있다면 개별은행이나 정부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귀결되지 않는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 발 세계경제위기에서 경험했듯이 개별은행의 위기는 전체 경제로 파급되기 때문에 결국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혈세를 통한 해결이었다. 결국 무차별적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했다.

또 이 사설은 ‘화폐는 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투입된 살과 피, 이 때문에 재정은 구체적 특정적으로, 통화정책은 무차별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것, 우리가 돈에 그 영혼의 존재증명을 묻는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사회적 비용과 효율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 정부로서는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말하고 싶을 것, 주력산업 붕괴를 막고, 고용도 지켜야 하니 속이 탈 것, 불가피하게 한은이 출자를 하더라도 이 사실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국민경제를 이루는 사회구성원 모두일 것이고, 오늘날 세계화된 경제구조 속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누군가에는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가 있을 것인데 이런 계급적 구조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차별 보편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통화정책에 이런 계급적 관계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결국 누군가에게는 ‘차별적 특수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돈에 묻는다는 영혼의 존재증명 즉, 돈에 스며있는 ‘피와 땀과 눈물’의 의미는 사회적 비용과 효율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벌어지는 야만적 착취와 수탈의 구조 속에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이 사설은 문제가 있지만 한국은행을 통한 양적완화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두에서 얘기한 개별은행이나 정부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배치된다. 채권자로서 개별은행이라면 경영자와 대주주의 책임을 불어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때 그들이 쌓아놓은 자산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재정 역시 서민들 주머니를 터는 방식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서 해결해야 한다. 이 기회에 OECD 평균 수준으로라도 조세부담율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출자금의 영혼을 묻는 것은 진짜 영혼을 물타기하는 것이다.





(2016.4.29.금,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