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경기불황의 책임을 노조에만 요구할 수 있나
- 노동자가 배부르면 재벌은 배 터졌나?

<동아일보>는 “현대重 노조, ‘알리안츠 헐값 매각’ 보고도 배가 불렀나”제목 사설에서 ‘2013년 4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연간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보내 달라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 성과급을 지난해의 두 배인 250%로 올리고, 조합원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중 1명을 특별 채용하는 고용 세습 조항, 이런 요구안을 모두 실행하는 데는 연간 4000억 원, 현대중 같은 기업의 노조원들을 해외연수 보내주느라 국민이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같은 희생, 민노총 소속 기업 750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용 세습 조항,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국내법인인 한국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약 35억 원)의 헐값에 인수, 알리안츠생명 노조 역시 조선사 노조처럼 지난해 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했다고 한다.

먼저 사설 제목에서 노동자를 향해 ‘배가 불렀나’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재벌 총수 ‘배가 터진 모양’이다. 종업원이 수만 명인 공장에서 연간 100명 연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관리자나 연구직들은 연수가도 되고 생산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연수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경기가 어려울수록 교육연수 등을 실시하는 게 경영의 순리다. 회사의 해외연수비용을 두고 인플레라느니 자본유출 운운하는 것은 국수주의거나 폐쇄주의가 아니고서야 주장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1년에 천만명에 달하는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지출되는 돈은 뭐라고 표현할 참인가? 그런데 이 사설의 주장은 경기가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를 잘래내야 한다는 심보다.

조합원이 정년퇴직 후에까지 자녀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몰라도 조합원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채용까지 세습이라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기업 750곳 중 절반이 고용세습이라고 말하는 것은 채용의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다. 알리안츠 생명만 해도 그렇다. 외국자본이 경영하던 회사가 또 다른 외국계 자본에 팔려나갔는데 자국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보장되었다면 다행스런 일이지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해외투기자본이 들어와서 다 빼 먹고 나중에 헐값에 팔고 나가면서 노동자들까지 다 구조조정에 해고하고 나가면 누가 이득인가?

<중앙일보>는 “현대중 노조, 황당한 요구 접고 회사 살릴 생각 해야”(4.9자)제목 사설에서 ‘이미 1인당 연 7800만원으로 조선업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올리고, 퇴사자 수만큼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할 때는 아님, 사외이사추천권 같은 요구도 인사권이나 경영권 침해는 물론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것, 공짜나 다름없는 35억원이라는 금액에 중국 안방보험으로 매각된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은 경영진의 판단 미스와 강성 노조의 강경 대응으로 회사 가치를 떨어뜨린 대표적 사례, 현대중공업 노조는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요구를 접고 회사를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은 것과 퇴사자만큼의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퇴사자가 아니더라도 장시간 노동시간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아서 ‘귀족노동자’라며 거품을 물고 공격하는 자본언론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단축만큼 임금이 줄어든다면 ‘귀족노동자’가 아니라 ‘평민(보통)노동자’가 돼서 마음에 들겠는가? 노조가 사외이사로 직접 참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조차도 경영권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함을 넘어서 폭력적인 주장이다. 경영권에 대한 본질적인 논쟁을 짧은 지면에서 다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국의 자본이나 자본언론의 경영권 주장은 매우 편협하고 안하무인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노조가 없었던 시절에는 임금결정도 주요한 경영권으로 자본가 마음대로 결정했으니 노조를 해산하라고 주장하고 싶을 터이다. 천부적인 경영권이란 없다. 정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경영권침해가 아니라 ‘경영참여’라고 하지 않는가? 경영전권의 논리대로라면 알리안츠의 경우 ‘경영진판단미스’면 그것으로 끝날 일이지 왜 ‘강성노조’운운하는가? 노조가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는데 기업을 헐값에 매각하게 된 것이 왜 노조 탓인가? 강성노조 운운하는 데 노조 자체가 없는 기업도 헐값에 팔려나가기도 하고, 반대로 경영이 건실한 기업도 있다. 노조를 끌어들일 문제는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은 “'고용위기지역' 지정? 구조조정 막는 이런 지원법도 있었나”제목 사설에서 ‘대우조선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 고용정책기본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지원근거를 찾아내 행정, 재정, 금융의 특별지원 요구,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5% 인상에 매년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임금피크제 폐지, 노조에 이사추천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23년 만에 현대자동차와 연대투쟁, 대체 이런 고용지원 법률들은 언제 어떤 논리로 태어났나, 정부의 지원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이어야지 그것을 막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용정책기본법, 고용보험법 등을 예로 들면서 ‘이런 지원법도 있었나’라고 말하는 것은 그나마 있는 법조차 무시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용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지원하겠다는 법률을 보고 어떤 논리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말하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억지일 뿐이다. IMF외환위기 직후 15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부실한 기업이나 은행 등에 쏟아 부어 회생시켰다. 20여년이 지났지만 공적자금은 100% 회수되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했다. 기업을 살리는 것이 노동자들의 고용을 살리는 기이고 국민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논리 때문이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이 어려워지니까 ‘고용위기지역’ 선포를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기업위기지역’이락 할 수도 있다. 다만 지원에 있어서 자금의 범위,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부담능력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런 주장 자체가 무슨 위법하거나 논의조차 할 수 없는 금기사항은 아니다. 자본언론이 말하는 대로 정부의 지원은 구조조정 즉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것에 한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폭력이다. 왜냐하면 그 자금은 국민의 주머니 즉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은 “현대중공업 노조, 최악 업황에 맞춰 발상 전환해야”제목 사설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7일 내놓았는데 그 내용이 황당한 수준, 호봉 승급을 포함한 기본급 6.3% 인상, 성과급 250% 고정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등,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54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 세계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으로 9분기 연속 적자, 올 들어 선박 수주는 3척뿐이고 해양플랜트는 17개월 동안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해 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일할 수 없는 상황에 곧 닥칠 판, 현대중공업 노조는 19년 무분규 기록을 세워왔으나 2014년 강성 집행부로 전환되며 노사 갈등도 커짐, 일감이 없는 가운데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려면 전환배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지난해 적자를 들이밀면서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럼 흑자가 날 동안에는 적정한 임금인상이 있었는가? 어용노조에서 민주노조가 들어선 이후 임금인상을 요구 하자 ‘강성노조’로 매도하면서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9년 동안은 영업이 흑자였는데 갑자기 강성노조가 들어서서 적자가 된 것은 아닐 테다. 세계 경제침체에 따른 조선업 수주 감소와 중국 등 후발 조선업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을 노조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노동자가 일하지 않고 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여 년 간의 흑자시기 경영주나 대주주의 이윤이나 배당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없는가 하는 점이다. ‘배부른’ 노동자들의 요구라고 말한다면 조선업 호황기에는 자본가들의 ‘배가 터질’ 지경으로 엄청난 이윤을 축적해 왔는데 불황기에 왜 나누지 못하는지 대해서도 지적해야 할 일이다.

<문화일보>는 “최악 赤字 안중에 없는 現重노조의 황당한 요구”제목 사설에서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할 터에 노조는 작심한 듯 역주행, 2012년부터 노사 합의로 진행해온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고용세습을 강화하는 안을 제시한 노조의 배짱, 사외이사 1인 노조 추천,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 경영권 침해 조항도 포함, 총선을 앞두고는 울산 동구의 진보진영 단일화를 위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는 등 정치에도 개입 중, 19년 무분규 기록을 이어 온 현중(現重)노조는 2014년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퇴행을 거듭, 경영 악화와 강성노조의 결합은 노사를 공멸로 내모는 길,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해양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실직 사태가 예상된다며 경남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 고용 지원금 등 세금이 투입, 대우조선에는 이미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 중, 그럼에도 지난해 격려금 등으로 1인당 500만~900만 원씩 챙긴 두 노조, 이런 행태를 보면 구조조정 촉진지역으로 해 경쟁력 강화나 업종 전환을 돕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은 호황기에는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바쁘다가 불황기가 되면 노동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한다. 임금피크제만 하더라도 어용노조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기에 임금이나 단체협상 시기에 협약갱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망한 조합원의 가족에 대한 채용 요구조차 고용세습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가장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면서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 가족의 요구를 세습이라고 주장한다면 현대중공업 재벌총수가 대를 이어 천문학적인 재산과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뭐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사외이사 1인 노조추천은 경영권 참여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저 차관 수준이다. 그런데 ‘경영권침해’라고 침소봉대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진보진영 단일화 조합원 총투표 실시는 강성노조의 퇴행이 아니라 정치활동을 보장받고 있는 노동조합의 당연한 권리이다. 후보 선출이나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권자들의 당연한 정치참여행위와 같다. 재벌총수는 정치를 하고 국회의원이 되어도 되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대표할 후보를 선출할 행위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봉건주의 사상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다. ‘고용위기지역’이나 ‘구조조정촉진지역’이나 결국 관련된 법과 제도에 근거해 공적자금이 투입될 터이다. 다만 시각의 차이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기업과 지역경제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를 자본가 마음대로 해고하면서 기업만 살릴 것인가의 차이다. 여기사 노동자가 해고라는 방식으로 배제될 수 없는 이유는 공적자금의 주인이자 이를 주로 부담하는 주체는 자본가보다는 노동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2016.4.8.금,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