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선의의 박애 자본주의 타령

<조선일보>는 “"내가 번 돈 사회 위해 맘껏 쓰겠다"는 꿈 훼방 놓는 나라”제목 사설에서 ‘5% 이상 주식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매기는 상속증여세법 규정이나 농민 외에는 농지를 기부받지 못하게 한 농지법 등 철 지난 법 규제가 기부와 자선 활동을 막아, 수십년 전엔 일부 기업 오너들이 공익 재단을 통해 변칙 상속하거나 회사 돈을 빼돌려 쓰는 사건이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 곳곳이 투명해지면서 조직 내부는 물론 재단 안팎에서 수많은 감시·견제 장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 대전 미국의 공익 재단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기부하면 세금을 면죄해주는 제도가 생기면서 지금은 공익재단 수가 수 만개에 이른다. 지금도 미국의 거대재벌들은 엄청난 금액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생색을 낸다. 사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공익재단에 돈을 이전시키는 것이다. 물론 공익재단이 기부자의 이해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쓰인다면 그 정도는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정상적으로 세금을 거둬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게 훨씬 더 투명성과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사설은 ‘재단 안팎에서 수많은 감시·견제’를 말하고 있지만 재단이 커질수록, 기부자나 설립자가 권력자이거나 권력과 선이 닿아 있는 경우 감시와 견제라는 것은 말 뿐이다. 최근 공공재단의 공공성이 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농지의 경우 농민 외에 기부할 수 없는 농지법을 철지난 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의 ‘경자유전’을 무시한 위헌적 주장이다. 우리나라 농지는 30여년 전 220만 ha에서 지금 160만 ha 정도로 줄어들었다. 농민 아닌 사람이 농지를 가진다면 당연히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밖에 없다.

이 사설은 ‘선의(善意)의 기부자와 이타적인 자선가들이 없으면 자본주의는 파산, 빈부 격차 등 자본주의의 맹점을 기부와 자선으로 보완하자는 '박애 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존립 이론치고는 매우 황당하다. 자본주의는 하루라도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비자를 수탈하지 않으면 이윤을 발생시키지 못해 존립할 수 없는 체제다. 그리고 잉여착취와 수탈로 인한 빈부격차를 박애자본주의가 보완한다는 주장은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심미적이고 종교적인 경지(?)로 글어 올려 독자들을 혼미하게 만든다. 말인즉 빌게이츠, 마크 저크버그, 워런버핏 같은 억만장자들이 사회적 기부금을 내놓는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 그런 선행의 돈은 사실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의 결과물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진입장벽 쌓아놓고 청년 일자리 공약하는 정당들”제목 사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체 산업을 1145개 업종으로 세분화해 조사한 결과, 법령상 진입규제가 있는 업종이 전체의 51.8%인 593개, 이 중 정부가 독점하거나 면허, 지정, 인허가 등으로 강한 진입규제를 받고 있는 업종만 해도 금융, 광업, 운수, 교육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250개(21.8%)인데 강한 진입규제를 신고제나 등록제 등으로 바꾸기만 해도 6만4000개의 기업이 새로 생기고 33만2000개의 일자리, 20대 총선에 맞춰 정당마다 청년수당을 늘리고, 청년고용 할당제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한다는 등 일자리 공약, 그러나 정작 일자리 자체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는 아무 언급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설에서 전경련이 주장하는 것은 진입장벽 규제를 풀면 6만 4천개 기업이 더 생기고 일자리가 33만개 더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히 산술적인 셈법이다. 기업이 더 생긴다는 것은 재화와 용역을 시장에 더 공급한다는 것인데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신생기업과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다. 이 사설은 4.13 총선을 앞 둔 보수여야 정당의 일자리 공약에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청년수당이나 청년고용 할당제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경장시간 노동체제에서는 노동당이 제시한 주 35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와 일자리나누기 방식이어야 한다. 특히 경기불황기에 투자와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는 한계가 분명하다.

<문화일보>는 사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미 양적완화, 경제민주화 등을 놓고 ‘원격 설전(舌戰)’을 벌여 옴, 강 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제안했고 정부도 검토 중, 김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원인’이라며 정면 비판, 강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주장에 대해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김 대표는 “헌법도 안 읽어본 사람”이라고 재반박했다‘는 내용으로 “與野政 경험한 강봉균-김종인 經濟 끝장토론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설은 선거기간이니까 ‘국민의 당’ 등이 배제되면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토론요지는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서 무슨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토론을 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 사설 제목에서 보듯이 이 두 사람은 ‘與野政’(여야정)‘을 넘나든 사람들이다. 한국정치가 아무리 이념과 노선이 없는 막장드라마라 하더라도 엊그제까지 여야 진영에서 한 자리나 한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자리를 바꾸어 벌이는 논쟁을 방청하라는 것은 국민과 유권자를 모독하는 일이다. ’여야‘인지 ’야여‘인지 구분도 없는 정치판에서 그 주장의 신뢰성을 가질 수 없고 결국 차이가 없다. 그런 막장 토론으로 전파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2016.4.7.목,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