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 있어도 부자증세로 복지해야

<조선일보>는 “경제 못 살리고 나랏빚은 最惡, 이러고도 복지 공약 또 퍼붓나”제목 사설에서 ‘작년 나라 살림 적자가 38조원에 달해 글로벌 위기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국가 부채는 590조원을 넘겼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38%, 총선을 겨냥해 여야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 인상, 청년취업수당 지급 같은 포퓰리즘성 공약을 실천하려면 새누리당은 56조원, 더불어민주당은 100조원 넘게 필요하다니 정치인 눈엔 국민 세금이 쌈짓돈으로 보이는 모양’아라고 주장한다.

먼저 통계와 관련해 정부부문뿐만 아니라 공공부문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이 넘는 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 사설은 현재의 정부부채가 600조원에 달하는 데 공약을 실천하려면 최대 100조원이 들고 그래서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제에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예산 100조원도 매년 책정된 예산에 포함해 지출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입예산을 늘려야 하고, 수입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조세체계를 바꿔야 한다.

법인세, 부유세, 부동산보유세, 금융거래세 등 세제개편을 통해 가능하게 할 부분과 새로운 입법을 통한 추가세원 확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 사설은 ‘국민세금’이란 표현만 했을 뿐 조세형평성에 입각해 누가 더 많은 부담을 하고 있는지, 담배, 석유 등 직접세보다 간접세를 통한 서민들의 조세부담이 큰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국가부채 1284조… 그런데도 선심 공약 쏟아낼땐가”제목 사설에서 ‘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5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 따르면 미래에 갚아야 할 연금 빚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나랏빚’은 지난해 말 현재 1284조8000억원, 2011년 처음 집계할 때의 773조5000억원에 비하면 4년 만에 두 배, 중앙·지방 정부가 갚아야 할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D1)는 590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7.9%인데 공약 실천에만 더불어민주당은 119조원, 새누리당 56조원, 국민의당은 37조원‘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설은 아예 조세문제는 말하지 않는다. 국가 채무가 많기 때문에 복지예산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국가채무를 줄이려면 현재 수준의 복지예산을 줄여야 된다는 논리가 된다. 정부가 말하는 ‘증세 없는 복지’는 ‘증세 없고 복지 없는’ 의미이다. 보육비대란이 바로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증세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부채-복지’프레임에 가두려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정치는 퍼주자 하고…국가부채는 뜀박질하고…”제목 사설에서 ‘지난해 세수(稅收)가 예상보다 잘 들어온 것은 부동산 양도세 같은 일과성 요인에 힘입은 것으로 올해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고, 법인세수가 늘어난 것도 경기가 살아나서가 아니라, 국세청이 기업들을 바짝 조인 결과, 더구나 복지예산 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설은 노골적으로 현재의 조세제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증세 중 법인세 인상에 대한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바로 국세청이 기업을 압박해 법인세를 거둬들인다는 주장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증세를 얘기하면서 법인세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간접세를 통한 세원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작년 담뱃값 인상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소주도 있을 테고 각종 벌금이나 범칙금에 부과하면 손쉽게 서민의 주머니를 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는 “기발한 공약일수록 나쁜 공약이다”제목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은 전문가들이 뽑은 가장 저질공약이고, ‘법인세 인상’도 국제 기류와는 거꾸로며,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기업에까지 의무 적용케 하면서 미취업 청년의 구직활동비로 6개월간 최대 360만원을 지급...국민의당은 공정임금법으로 임금 기준을 아예 국가와 사회가 정해줄 것처럼 선전, 청년고용할당제 민간적용 공약을 두고는 더민주와 ‘원조 경쟁’...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안에다 양적 완화론을 들고나와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고교 무상교육‘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학 반값등록금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10년 묵은 공약이었다. 그런데 더민주당의 경감 정도를 두고도 저질공약이라고 한다. 법인세인상이 국제기류와 거꾸로 간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공세로 법인세율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높은 곳에서 내리는 것과 낮은 곳에서 올리는 것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각종 복지문제가 나올 때마다 유럽을 들먹인다. 사회적으로 약자인 장애인, 여성 등 고용할당제는 법으로도 보장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처한 청년고용문제는 이제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도입하면서 막상 청년고용을 해야 한다니까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고교무상교육은 대학반값 등록금과 비교하면 벌써 시행되었어야 할 제도이다.

<문화일보>는 “임금·고용 포퓰리즘 경쟁, 후유증 감당할 수 있나”제목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이 현재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정의당은 2019년)까지 1만 원으로 올려주겠다는 공약, 새누리당도 질세라 최대 9000원 인상안,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8.1% 오르는 등 2000년대 들어 연평균 8.8% 인상, 최근 5년만 해도 매년 인상률은 경제성장률의 두 배, 매년 고율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는 요즘 찾아보기 어려워, 새누리당 공약대로 4년 후 9000원이 되려면 매년 10.5%씩 더 올라야 하고, 야당안의 경우 13.4∼18.4%의 인상률, 정치권은 최저임금 외에도 청년고용할당제의 민간기업 확대, 청년구직수당 지급 등의 선심성 공약, 상당수가 실패작으로 판명났거나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들,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은 편중된 고용·임금 구조를 바로잡는 노동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1만원은 2012년 대선과정에서 김순자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2013~15년 알바연대/알바노조의 끈질긴 운동으로 이슈화됐다. 소극적이던 민주노총이 2015년부터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총파업 요구로 걸면서 확산됐다.

이 사설은 연평균 8.8%로 물가상승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노동자평균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평균물가상승율과 비교할 사안이 아니다. 기본 베이스가 너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질 때 임금 인상율은 수십%가 일반적이었고 100%가 넘는 요구도 있었다. 8.8%라고 하지만 겨우 몇 백원 인상에 불과했다.

현재 인상률 속도로 시급 6030원이 1만원이 되려면 10년은 걸려야 한다. 각 당이 2020년까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4년 후면 1만원에 도달한다는 애기다. 또 이사설이 지적하는 청년고용할당제나 청년구직수당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도자체를 하지 않은 것들이다. 성남시나 서울시가 제한적이나마 청년수당을 지급하려 하자 포퓰리즘이라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나?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나 녹색당이 내 건 기본소득문제는 아예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소수정당의 공약이라서가 아니라 비판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알바노조가 시급 1만원을 내 걸 때만 해도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조차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2016.4.6.수,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