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경제적 자유에 목말라 하는가?

<한국경제신문>은 “이 정치의 계절에 '경제적 자유' 목말라 하다”제목 사설에서 ‘어제 ‘2017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신춘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는 정치과잉에 눌려 있는 경제적 자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자리, 정치인-관료-이익집단 간 ‘지대추구 3각 철옹성’이 형성되면서 ‘경제민주화’의 망령이 살아나고, 경제민주화는 필연적으로 정부와 정치의 개입, 당장 여당이 때 아닌 양적 완화 정책, 야당은 복지증진을 위해 언제든지 국민연금도 털어쓰겠다고 벼르고, 경제적 자유는 기업가 정신을 키운다‘고 한다.

제목에서 사설의 의도가 드러난다. 정치가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경제적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영역(기업, 가계, 정부<공공>)중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경제정의나 공공성의 대리인으로서 정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의 경제적 자유는 넘쳐난다. 거품으로 무너지기 일쑤지만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가가 이들에게 규제를 완화하고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다시 회생시켜 준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노조의 자유는 박탈당한다. 삶은 질식당한다.

이 사설이 말하는 ‘정치인-관료-이익집단 간 ‘지대추구 3각 철옹성’에도 자본은 빠져 있다. 이들이 말하는 이익집단은 노조, 정치집단 또는 시민단체다. 이익 집단 중 자본가들의 집단 보다 더 이익을 위한 집단이 어디에 있는가? 국내에서는 재벌집단, 국제적으로 다국적기업, 군산복합체 등 모두 이익 집단이다. 제대로 말하려면 ‘정치인-관료-자본가’ 3각 지대를 말해야 한다. 정치권으로부터 소외당하고 국가권력으로부터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이익집단으로 보고 싶은 것이 자본가 집단일 테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망령’이라는 표현에서 이 사설의 정치적 의도를 알 수 있다. ‘경제적 자유’를 말하면서 ‘경제민주화’는 혐오한다. 경제민주화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후보의 공약이었다. 당시는 김종인표 공약이었고 당선되는 데 재미를 봤다. 그러나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할 의사는 없었고 폐기됐다. 김종인씨는 더민주당으로 옮겨 대표가 됐고 다시 그 슬로건을 내걸었다. ‘경제’에 ‘민주화’와 ‘자유’가 어떻게 다르게 조합되는 가를 보여준다. 민주가 독재가 되고 자유가 억압이 되는 혼돈의 시기다. 자본의 민주와 자유는 필수적이지만 노동의 민주와 자유는 망령이 된다.

자본주의체제는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노동을 착취하고 소비자를 수탈하는 약탈경제체제를 유지하려면 이런 이중 잣대, 해석의 왜곡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경제적 자유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으로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기업가 즉 자본가의 이윤은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의 노동착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경제는 사적소유에 기반한 경영권(권력)을 가지고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한국형 금융 완화', 시도해볼 만하다”제목 사설에서 ‘새누리당 선거공약의 전권(全權)을 위임받은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형 양적(量的) 금융 완화 정책을 추진, 한은의 채권 매입으로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산업은행은 부실기업 구조 조정을 적극 추진할 수 있고, 주택대출 상환 기간도 20년 정도의 장기로 전환’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한은은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금리 조정 방안과 함께 우리 실정에 맞는 금융 완화를 병행하는 공격적 통화 정책’을 촉구한다.

<동아일보>는 “‘한국형 양적완화’ 총선공약으로는 부적절하다”제목에서 ‘미국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부터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식’으로, 일본도 아베노믹스의 하나로 양적완화를 도입, 미국은 금융 시스템이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면서 될 만한 기업으로 돈이 흘러갔지만 일본에선 좀비기업으로 흘러가 구조조정만 지연,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한없이 미루고 있는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는 일본과 비슷해질 공산이 크다‘며 부정적이다.

<매일경제신문>은 “與, 뜬금없는 양적완화 말고 구조개혁을 말하라”제목 사설에서 ‘성장 활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통화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이상할 게 없지만 기업 부실과 가계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거는 건 문제’ 총선 후 당 차원에서 한은이 돈을 찍어내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이라며 역시 부정적 입장이다.

<한국경제신문>도 “'한은 발권력 통한 구조조정론'에 문제있다”제목 사설에서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시장에서 산금채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일반 원칙에서 벗어난다’며 반대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총선공약 중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조선일보>는 찬성한 반면 <동아일보>,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은 반대 입장이다. 금융(통화, 돈)은 경제구조 속 혈액과 같다. 혈액순환이 여하한가에 따라 경제라는 몸이 건강할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많아도 안 되지만 적어도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혈액이 흐르는 핏줄을 따라 골고루 퍼졌다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 올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 곳에 모여 있거나 아니면 피가 흐르는 길목에 막힘(병목현상)이 생기거나 해서도 안 된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위기적 국면은 돈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버블(거품)경제라고 말한다. 성장을 위해 무리한 양정완화정책은 실물경제를 넘는 거품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소득을 증진시켜 적정한 소비를 유지하지 않고서는 양적완화만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발암 물질 미세 먼지, 중국 탓 그만하고 디젤車 단속하라”제목 사설에서 ‘서울의 경우 30일 오전의 미세 먼지 농도가 기준치(24시간 평균 공기 ㎥당 100㎍)를 훨씬 넘는 150㎍ 이상으로 측정, 베이징의 30일 오후 초미세 먼지 오염도는 55㎍ 수준으로 70㎍ 안팎 기록보다 높았는데, 가장 큰 문제가 경유차, 국내 경유차는 2005년 565만대(전체 차량의 36.6%)에서 2015년 862만대(41%)로 297만대 증가, 노후 경유차 폐차나 배출가스 저감 장치 장착 여부 단속은 물론 매연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는 대책을 강구해야, 디젤을 연료로 쓰는 건설 기계에 대한 단속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줄이거나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디젤 차량, 디젤건설기계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1000만대에 달하는 디젤차량은 자동차 공장의 생산구조 그리고 차량 소유주의 생활이나 삶과 관련되어 있다. 디젤차량 생산을 줄일 수 있는 자동차산업정책이 있어야 하고 이미 사용되고 있는 디젤자동차의 경우 내구연한 단축과 차량소유주에 대한 보상 등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고용을 안정시켜 주거지와 직장의 거리가 멀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매일경제신문>“경유차 규제 등 미세먼지 줄일 자구책 필요하다”제목 사설 역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가파른 노인 비중 증가 미리 대비해야 재앙 안돼”제목 사설에서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가 펴낸 `늙어가는 세계: 2015`라는 보고서를 보면 세계 총인구 중 현재는 8.5%인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 1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훨씬 심해 2050년 노인 비중이 35.9%로 일본 40.1%에 이어 두 번째 상위를 기록할 것, 우리 경제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이 2024년부터 모자라기 시작해 2060년엔 900만명이나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 노령화는 연금 노동 은퇴 등 많은 부문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니 정부는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미리 대응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출산율이 낮고,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노동력이 부족하다면 단기적으로 대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것이다. 물론 정년을 올리더라도 청장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없는 업무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률이 60%에 미치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문제는 대졸 백수가 300만이 넘는 나라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실시해야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학력 간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2016.3.31.목,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