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새해를 '기쁨으로' 맞는다0
2007-12-26 00:36:21 민주노동 76

“2008새해를 기쁨으로 맞는다”니, 아주 과격한? 말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제목을 달았다.
이 말은 안간힘의 역설법일 수도 있고, 사실이 그러할 수도 있는 말이다.
後者로서 하는 말이 되기를 바라며 말머리를 연다.

1. 이명박 정권, (적어도) 2-3년은 호령할 것이다
2. 이명박 정권은 ‘파시즘’ 정권이 아니다
3. 1970이후 30여년의 ‘민주화 이행’ 시대가 드디어 저물었다!
4. 진보세력의 몰락을 슬퍼하지 말라.
민중의 눈길이 트일 것이니,
아, 고통의 세월이 한참을 이어지더라도
민중은 미래를 개척하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먼저 간단한 정세 전망. 세계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은 언론에서도 낱낱이 보도되는 바이지만,
‘석유자원의 고갈’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 가는 것 아니냐는 ‘정황 증거’가 보인다는 것을 첨가한다. 중국이 석유비축시설을 늘린다든지, 석유가 매장된 섬을 둘러싸고 베트남과 갈등을 벌인다든지.
--한반도 정세는 2.13합의로 ‘적대적 대립’은 종식되었지만, 북미간에 더 개선되는 추세도 멈추고 교착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격화’시킬 여력도 없지만, 그렇다고 북한에게 ‘관계개선’의 문호를 열어줄 마음도 없다. 이 어정쩡한 상태로 교착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최선이다. 이명박정부도 관계개선의 의지는 별로 없으니 평화체제 도입이 되지도, 안 되지도 않는 상태로 한참을 갈 듯하다. 이 지형 변화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싶었던 북한의 희망은 뜻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1. 이명박정권이 2-3년은 여유를 누릴 터
이명박정권의 행보는? 조중동 신문에는 ‘경부운하, 섣부르게 나서지 말라’든지, 등등 ‘부자 몸조심하라’는 단속의 말이 자꾸 실린다. 모처럼 권력을 되찾았는데 괜히 ‘수구 대 개혁’의 구도를 다시 빚어낸다든지 하여 정권이 흔들리는 것을 막으려는 심산이다.
그러니 4월초 총선까지는 이명박은 ‘덕담 정치’를 열심히 벌여서 이미지를 관리할 것이다. 저희들 추진하고 싶었던 변화는 총선뒤 5-6월부터 적어도 1년간 (저희가 공언한 대로) 몰아붙일 것.
그 내용은? “한나라당은 완전 꼴통 수구, 열우당은 그래도 개혁”이라는 관념적인 도식과 달리, 이명박이 추진할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많지 않다. ‘공공기업 민영화’ 정도다.
왜? 이미 김대중 노무현때 신자유주의를 대부분 관철시켰기 때문. 노동유연화, 노사관계 로드맵, 거기다가 한미FTA까지.

선거 직전에는 BBK특검 등등으로 마치 이명박이 당선되더라도 ‘얼마 못 갈 것’ 같다는 식의 분위기에 젖은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발표뒤, 방송에서는 언제 BBK가 있었냐는 듯이 즉각 용비어천가가 흘러나오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정세를 ‘자기 희망’을 투영하여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반민중적인 이명박이 금세 민중의 분노에 직면하지 않겠냐는 둥, 말하며 마음을 달랜다. 그 진단에는 (반민중성이라는) 절반의 사실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시간의 흐름’‘지배/피지배세력 간의 대결 관계’라는 주체적 요소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주목하는 말이기 때문에 공허한 진단에 그치게 된다.

집권 첫 해에도 물론 바닥 민중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정권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그 민중의 간절함과 분노가 정치행동으로 표현되어 국가영역에서 작용하기 전까지는.
우선 총선에서 어찌될까? 시간은 얼마 없고, 그 사이에 통합신당이나 민노당이나 대중의 속을 후련하게해줄 ‘환골 탈태’를 일으킬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사소한 변동은 있을지언정 대선의 득표율이 그대로 갈 거라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 50, 이회창 10, 이에 맞서 개혁세력은 탈탈 긁어서 30, 민노당 후하게 쳐줘서 5% 수구세력 60 대 개혁진보세력 35의 구도가 그대로 간다. (이 구도가 크게 바뀐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말해야 할까?)
의석수는 제1당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으니, 의석은 어쩌면 ‘개헌 가능선’ 3분의 2를 넘길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내각제 개헌’이니 하는 것을 열렬하게 희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석 3분의 2를 넘기게 되면 더 기고만장해져서 지들 마음대로 개헌에 나설 수도 있겠다.
‘내각제’로 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국가기구가 민중이 통제하는 범위에서 더 멀어진다는 뜻이다. 부르주아 지배의 가장 강력한 형태는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회 내각제’라는 말이다. ‘대통령제’는 민중에게서 솟아오르는 불만의 표출을 누르고 달래려면 ‘강력한 행정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겼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정부가 ‘교육인적자원부’를 없애겠다고 천명한 것은, 액면 그대로만 보자면 ‘괜찮은 방향’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그들의 내심은 각 지방자치체가 ‘저마다 알아서 통치하라’는 말이니, 부르주아지배세력의 입맛대로 ‘교육문제’를 요리하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교육문제에 대한 민중적 문제제기를 해나가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지방자치체에 떠넘기지 말라’고 요구운동을 벌이는 것이 강력한 메시지로 발휘될까? 그 정치적인 함의를 일반 민중에게 선명하게 알려주기가 쉬울까? 간단하지 않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2. ‘신자유주의 파시즘’은 피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우리는 ‘한나라당 정권은 최고 악질 정권’일 거라는 막연한 통념을 은연중에 품고 있다. 그래서 사태를 더 가볍게 바라볼 수 있다. 이를테면 노무현정권을 가리켜 김세균 교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파시즘’ 정권이라고 규정한 적 있다. 이에 따르면 당연히 이명박 정권은 ‘파시즘 정권’이 된다. 과연 그렇게 규정하는 게 온당할까? ‘파시즘’ 정권이라면, ‘민주주의 만세!’를 외쳐야 한다. 파시즘 정권이라면 민중이 금세 그 폭력적! 정권에 등을 돌릴 터이니까, ‘민주회복’이 조만간 올 수도 있다. 과연 그런가?
구체적으로 추정해 보자. 이명박정권은 노동자의 투쟁이 벌어지기만 하면 들입다 짓눌러버릴까? 이를테면 이랜드 노조원들이 지금도 싸우고 있다. 명박이가 대통령 됐다고 경찰이 심기일전하여? 와르르 달려가서 초전박살을 낼까? 별로 조직력도 없는, 그러면서 국민이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이랜드 노조원들을 굳이 가서 짓밟지 않으리라. 그들은 ‘막가파’가 아니라 ‘부자 몸조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고, 회사측 용역깡패가 알아서 막아주고 있는데 굳이 경찰이 나서서 ‘살벌함’을 연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이 별로 동정하지 않는 정규직 대공장노동자들은 미련없이 진압할 터이지만, 그들의 ‘노동 탄압’은 정치적 저울질을 거쳐서 ‘선별적’으로 이뤄질 터.
이미 노동운동층은 상당부분 체제에 포섭되거나 무력화되어 있기 때문에 ‘파시즘’이 동원될 절박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오늘인가 중앙일보 칼럼에는 ‘우리도 전태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있었다. 실제로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5가에 ‘전태일 거리’가 조성되었다. 이미 이명박 측근에는 노동운동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서 “때로는 노동자들에게 천사의 손길도 뻗치는 것이 득이 된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이명박은 아직 여유롭다. 어느 고교생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제 주변 아이들이 ‘이명박은 노동자를 위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하더란다. 노동단체에서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았느냐고 내게 묻는다. 한국노총이 지지했지 민노총은 아니라고 말해주었지만, 이명박 이회창을 지지한 60%의 국민들은 ‘명박이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 말이 ‘절반의 진실’은 되지 않는가?
(...원래 한국노총 이용득은 조합원 의견조사를 잘 유도하여서 열우당 지지를 끌어내고, 그래서 열우당 정권에 발탁되고 싶은 희망이 있었더랬는데, 조합원의 뜻이 그런 쪽으로 흘러가버리니까 꼼짝없이 따라갔다. 민노당은 그런 한국노총의 바짓가랭이를 부여잡고 ‘표 구걸’을 했고...)

* ‘신자유주의 파시즘 정권’이라는 규정은 사실 즉흥적 임의적인 규정이다. ‘경제적 조건이 어떻게 변했기 때문에 비파시즘 정권이 파시즘 정권으로 바뀌었다’는 식의 총체적 사회구성론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다. 정권의 성격을 살피려면 몇 발짝 뒤로 물러나서 역사의 국면 전체를 봐야 한다. 이 언급은 좀 뒤에 하기로 하고,

명박이 정권은 언제까지 느긋함을 누릴까? 집권 5년의 전반기쯤은 여유를 누릴 터이다. ‘보수 지지의 대세’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에 그들은 자기네가 벌이고 싶은 일을 마음껏 벌이겠지만, 이미 많은 짓거리는 김대중 노무현이 벌여놨으니 새삼 벌일 것이 많지 않다. 이 기간 동안에 자기네와 대립하는 정치세력을 누를 대로 누르겠지. 2-3년쯤 지나고, 사회경제적 위기가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변수가 생겼을 때라야 우리는 ‘보수정권의 동요 가능성’을 읽을 수 있을 터.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명박이 정권이 되어서 다행스러워진 점 하나는, ‘박쥐’한테 놀아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노무현이는 우파에게는 저희에게 봉사하면서도 가끔 신경을 긁어대는 소리를 해서 기분나쁘게 만들고, 좌파(또는 민중)에게는 저희에게 봉사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좌파 편’인양 허언을 일삼아서 기분이 엿 같게 만들었다. 그 엿 같은 신자유주의좌파 ‘담론’에서 우파와 좌파를 해방시켜 주었으니, 그 점에서는 명박이한테 감사해야? 한다. 명박이한테는 ‘원래 그런 사람’에 대한 분노는 품을지언정 ‘박쥐’에게 당하는 것은 아니므로, 오히려 짜증이 덜 나리라...)


3. ‘민주화’ 시대가 드디어 저물었다. ‘민주’의 퇴보에 애면글면하지 마라

* 여기서 눈을 크게 떠 현대사의 흐름을 되살펴 보자.
우리는 87이후를 ‘민주화 시기’라 부른다. 그러나 더 넓게 잡자면,
전태일이 분신한 1970년부터 ‘독재’의 문제는 불거져 나왔다. 그뒤로 한참을 독재정권이 군림했지만
아무튼 그 1970년부터 2007년까지 37년을 ‘(긴) 한 세대’로 잡을 수 있겠고,
이 시기를 ‘민주화’가 화두가 되었던 시대라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손학규 지지자가 된 김지하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노래했던 시대!

자본주의 정착을 위해 파시즘을 휘둘렀던 시대에서 점점 부르주아 代議대의 민주주의가 도입된 시대로 옮아왔다. NL, PD가 나오기 이전에도 ‘선 통일 후 민주’냐, ‘선 민주, 후 통일’이냐는 운동론의 대립이 있었던 시대.
지금도 물론 노무현정권이 폭력적이었고, 이명박정권도 폭력적일 터이다. 그러나 그 폭력성은 ‘자본주의 국가’가 당연히 발휘하는 폭력성이지, ‘파시즘 정권’만 유달리 발휘하는 그런 폭력성이 아니다. 지금을 신자유주의 파시즘이라고 말한다면 그럼 한국 현대사는
‘파시즘’에서 ‘민주화 이행기’로, 다시 ‘파시즘’으로 원위치했다는 말인가? (그럼 앞으로도 계속 민주화와 파시즘 사이를 오락가락할까? 파시즘은 케인즈주의시대에도 나타나고 신자유주의때도 나타나는가?)
파시즘이라면 행정부 통치권력이 빡세게 집중돼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내각제 개헌’을 벌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각제’는 계급투쟁을 얼마든지 양순하게 길들일 수 있을 때 취하는 정치형태이거늘?
이미 한국 국가는 세계화된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해외 초국적자본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자본주의의 정상적 지배 하에 놓여 있으니, 노무현 이명박 정권의 폭력성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국가들이 당연히 지니는 폭력성’이라 봐야 온당하다.

*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본다. 부르주아 시민운동이나 소시민운동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마치 선험적으로 그 의의를 부여받은 어떤 성역화된? 범주로 받들어 모신다. ‘민주화세력’이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독점해버린 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30년을 흘러온 ‘민주화 시대’가 이뤄놓은 민주변화가 얼마나 되는가? ‘국가보안법 폐지 하나’도 못해내고 테러방지법이 다시 거론되는 ‘민주화 시대’란 가증스러운 것이 아닌가.
문제는 부르주아, 소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은 ‘민주화’를 자본/노동 관계와 전혀 무관한 어떤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 좀더 ‘치열한 행동방식’으로 참여하자는 ‘참여민주주의’ 따위는 민중의 사회경제적 삶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참여민주주의를 외쳐댄 ‘참여연대’는 ‘신자유주의 주주株主자본주의’를 들여오는 ‘소액주주 운동’에 앞장섰더랬다.
민중의 삶과 전혀 무관한 그런 피상적인 ‘민주화 과제’는 이제 더 이상 사회운동의 핵심 이슈가 될 수 없다. 이미 통일운동이 개혁파 보수세력의 영향 범위 안에 포섭되고 길들여진 시대에,
남한에 변혁적 노동자정권이 들어섰을 때에나 진정한 ‘(연방제) 통일’을 추진할 수 있음이 분명해진 시대에,
‘연방제가 옳다’고 외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연방제’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변혁 정권을 세워내야 무엇이라도 진전이 될 시대에,
‘통일의 중요함’을 설교하는 운동의 의의는 더 이상 사회운동의 핵심 목표가 될 수 없다.

* 30여년의 ‘민주화 이행’ 시대를 경과한 지금,
‘민주화’ 개혁세력과 ‘자주통일’ 진보세력이 몽땅 몰락해버린 지금,
더 이상 ‘민주’와 ‘통일’은 시대를 규정하는 중심 범주이기를 그쳤다.
노동해방 인간해방과 동떨어져 놀아대는 ‘민주’랑 ‘통일’은 이미 껍데기가 되었다.
이른바 ‘운동권(--이 용어는 국가안전기획부가 만들어 퍼뜨린 용어다...)’ 몇 사람 빼고는
‘민주’와 ‘통일’은 아무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용어가 되었다.
(노조 내에서 통일운동이 요새 신명을 불러 일으키는지, 조합원 대중에게 확 가닿는지 살펴보라)

* 그렇다면 이미 2008년을 맞는 지금은 지난 30여년과 빙산의 크레바스처럼 단절되고 균열을 일으킨 시대가 아닐 수 없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정부’ 시대와 작별하고,
이제는 ‘산업화 정권’으로 넘어간다. (아! 그런데 이명박정부내에는 ‘김영삼계열’이 가장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니, 민주화세력이 속으로 산업화세력과 내통하고 있음을 이것처럼 선명히 입증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가)

* 그러니 시대가 달라졌다. 어떤 시대로? ‘파시즘적 자본지배 사회에서 자본이 정상적으로 지배하는 사회’로! 민족자본이 아니라 세계자본이, 초국적자본이 지배하는 시대!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와 대결해야 하는가? 파시즘세력이 아니라 ‘자본 자체’와, ‘세계화된 자본주의 자체’와! 태안만 석유유출 사태는 이미 ‘자본 자체’가 인류의 삶과 양립할 수 없음을 입증하지 않는가?
(...‘신자유주의 파시즘’ 규정은 이 면에서 방향착오를 일으킨다. 거기서는 ‘(소극적인) 민주화’ ‘양극화 반대’의 나약한 방향밖에 제출되지 못한다...)

* ‘민주화 이행’ 시대에 민주화 운동/변화를 주도한 것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부르주아 개혁세력, 소부르주아 시민운동세력이었다. 자본에게 충실히 복무할 만큼만 민주화된 지금,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만이 진정성을 발휘하게된 지금, 대립구도는 ‘신자유주의냐, 사회주의냐’의 구도가 되었다. 이 구도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아무튼 ‘자본과 노동’의 대립구도로 파악하지 않고는 현실을 변변하게 파악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시기에 노동자계급은 자본세상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對自的대자적’ 계급으로 도약하는 데 실패했다. 앞으로 ‘한 세대’는 족히 걸릴 ‘노동과 자본의 대결’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성숙할 때라야 이들은 비로소 미래를 말할 수 있다.

4. 민노당의 몰락을 슬퍼하지 말라.

* 권영길의 3% 득표는 ‘열린우리당 2중대’를 棺관에 집어넣고 공식적으로 ‘대못’을 박는 사태였다. 심상정 노회찬이 후보였다 해도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5년전 권영길에게 투표했던 수만 수십만명의 유권자가 이명박에게로 지지를 옮기지 않았는가. 민노당은 탄핵 국면에서 열우당의 ‘종속 변수’였으나, 열우당이 ‘찌그러진 제2당’으로 이 정치구도가 앞으로 한참을 유지될 것이 분명해진 지금, 민노당은 한국 의회정치에서 ‘종속 변수’도 그 무엇도 아니다. 다시 말해, ‘아무 변수’도 못 된다. 그러니 한국의 의회영역이든 노동운동 영역이든 살필 때 민노당은 ‘주목할 가치’가 별로 없다.
(...문국현세력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니 동영이네와의 합당만이 살 길인데, 이때 이수호 등도 따라가겠지. 이인제 민주당은 동영이네가 ‘합당 대상’으로 꼽을 가치도 없어졌다...)

* 민노당의 붕괴(...그래, 붕괴다!...)를 슬퍼하지 말라. 그들이 활개치는 한, 민중은 ‘열린우리당 2중대’의 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무덤에 갔어야 할 ‘엔엘’ 사상과 ‘피디’ 이론이 여전히 미련처럼 남아,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 것이다.

* 21세기의 인류는 ‘자본 자체’가 자본에게 모순을 일으키고, 인류의 삶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 분명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인류의 삶 전체를 어떻게 보살피느냐, 큰 그림을 그려야할 시대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설 길은 ‘체제 내 개량’이 아닌 ‘사회주의’밖에 없음이 진작에 분명했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은 머나멀고 고단한 길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눈길은 이미 트이고 있으니, 아니 갈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