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구조조정 내세워 노동자를 쓰레기 치우듯 하려나

<동아일보>는 “오죽하면 KDI가 “구조조정 대원칙이 없다” 비판하나“제목 사설에서 ‘지금은 불확실한 대외 경제여건은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추락한 주력 산업 경쟁력, 앞으로 먹고살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 산업 확충과 대규모 실업 대책, 사회안전망 정비까지 고려한 입체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국책연구기관인 KDI 주장을 빌려 ‘구조조정=대량 정리해고’를 당연시 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나 순환휴직, 재취업 교육 등 종합적인 대책은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실업대책은 지난 시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대로 ‘실업무대책’으로 대부분 잘려나간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매일경제신문>은 “2%대 저성장 고착화, 악순환 끊을 종합처방 내라”제목 사설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부실을 도려내되, 출혈이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로 충격 흡수해야,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 서비스산업 규제 개혁은 현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성장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이명박 정권이 ‘747경제’, 7% 경제성장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5년 임기를 거쳐 박근혜 정권 3년에 이르기 가지 지속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했다. 공약실천을 놓고 보면 정권을 구조조정 했어야 할 일이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불황이 지속하고 한국경제가 개발도상국의 고도성장 경제구조와 다른 상황에 처한 현상이다. 지금 바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등장한 게 아니다. 결국 구조조정 호들갑을 떨면서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를 대규모 해고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난리를 치고 있다. 결국 노동법개악과 민영화 추진의 또 다른 계기로 삼으려 한다.

<문화일보>는 “‘구조조정 지연 땐 성장률 더 추락한다’는 KDI의 苦言”제목 사설에서 ‘구조조정 현장에 들러 노조를 부추기는 행동은 노사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실업 대책부터 운운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기 십상’이라고 주장한다.

여야정치인이 노조를 만나 현장 의견 듣고 얘기 나눴다고 ‘노조를 부추긴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지금 여야정치인들이 부추기면 투쟁하고 그렇지 않으면 투쟁하지 않고 그런가? 더욱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 노동자 보기를 벌레보다 못하게 보는 태도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노동자들의 대표인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지 무슨 근거로 정부나 채권단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해고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 사설은 구조조정 즉 정리해고는 당연하고 실업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기업이 어려우면 노동자들을 쓰레기 치우듯 치우면 된다는 뜻인가?

<한국경제신문>은 “정규직 과보호에 대한 국민의당 인식 변화를 주목한다”제목 사설에서 ‘당선자 워크숍에서 저성과자 해고, 파업 시 대체 근로, 사업장 점거 파업 등의 규제에 대한 개선과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한 노동시장 양극화 원인이라고 논의됨, 정규직 노조원 150만명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500만명을 우선시해야 하고, 유럽의 좌파 정당들조차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벗어던진 지 오래이고 노동당 등 혁신정당의 정부도 대부분 유연한 노동시장 설계에 정책 우선순위를 둔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당 관계자는 토론회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낸 것이고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했다지만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은 예견할 수 있다. 이 사설은 아예 단정적으로 국민의 당의 입장을 그렇게 정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면 새누리당과 같아져서 여소야대이지만 노동과 자본과의 관계에서는 압도적으로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회가 될 것이기에 말이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 노동자가 2000만면 내외인데 노조원 150만명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500만명은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 조직된 노동자 150만명을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부 공식 통계인 30%수준을 감안한 숫자일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70만 조합원 중 비정규직노동자가 30%에 달한다. 무조건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로만 조직되어 있다는 식으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유럽의 좌파정당, 대표적으로 프랑스 사회당이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노동법을 개악한 것을 두고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졌다고 말하고, 영국 노동당이 중도의 길을 걷는 데 대한 지적을 하고 있다. 물론 유럽의 중도좌파정당들도 경제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정책을 도입하고 우경화의 길을 걸어 온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 나라와 비교하려면 임금수준, 노동3권 보장, 사회복지 수준 등 종합적인 비교가 필요하다.

<조선일보>는 “'망신주기 호통 청문회' 계속하면 국회 해산론 등장할 것”제목 사설에서 ‘이 법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정치적 반대자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망신 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중앙일보>가 ‘청문회를 대하는 국회의원의 태도와 정당의 접근 자세, 제도적 보완부터 절실’한 “상시 청문회법, 낡은 청문회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처럼 당연히 ‘망신주기 호통 청문회’가 돼서는 안 된다. 상시청문회를 위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 매우 지엽말단적인 문제를 꼬투리 잡으면서 ‘국회 해산론’까지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2016.5.25.수,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