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

북한이 지난 5월 20일 공개 서한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과 5월 21일엔 통지문을 보내와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을 제안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北의 속셈 뻔한 대화 공세 제압할 국제 공조 강화할 때”제목 사설에서 ‘군사 긴장을 높이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를 내세우는 북한의 화전(和戰) 양면 전술, 미국에 새 정권과 새 안보팀이 들어서 대북 정책 방향이 확고해지는 내년 중반까지는 국제 공조를 더 강화해야, 북을 비핵화 쪽으로 몰아갈 수 있는 전략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일보>도 “北의 군사회담 제의는 ‘北核 제재’ 균열 노린 꼼수다”제목 사설에서 ‘북한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북한의 핵 책임 면피용 대화에 응하기보다는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유지·강화해야, 전형적인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에 말려들어선 안 돼, 물론 북한의 대화 전술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공조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외교 노력‘을 촉구한다.

<조선>과 <문화> 두 신문은 현 정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거부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대북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유엔결의에 따른 대북제제의 열쇠를 잡고 있는 나라는 중국인데 북한과 중국의 실질적인 교역이 줄어들었다는 소리가 없다. 그러니 한국정부가 말하는 국제공조를 통한 북한 압박은 겉도는 수준이거나 대북용이라기보다는 국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은 진정성 보이고, 우리는 대화의 끈 놓지 말아야”(5.24자)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北의 군사당국회담 제안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도 된다”는 제목 사설을 통해 ‘북의 의도는 뻔해 보이지만 대화 제의를 즉각 거부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선 보다 깊은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수자본언론들조차 입장이 갈린다. 대화제의는 서로의 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다. 북한의 제의 내용이 동의할 수 없더라도 남한이 내용을 가지고 대화를 역제의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처럼 ‘대화 공세를 제압할 국제공조’운운하면서 미국 대선이 끝나고 새로 들어설 정권의 안보전략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의 대북정책을 말하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 내년이면 이 정권 임기도 마지막이다.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22일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다"며 '새판 짜기'를 거듭 강조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정계 개편, '정치 개혁 청사진' 없으면 국민이 지지 안 할 것”제목 사설에서 ‘정계 개편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기성 정당에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려면, 3류 또는 4류 소리를 듣는 정치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명확한 비전과 청사진 제시하는 것 당연하다. 손학규씨가 그 동안 뭘 제시했는지 모르지만 ‘저녁이 있는 삶’정도는 기억난다. 그거 ‘노동시간단축‘인데 노동계가 항상 주장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지금 새누리당 전신인 신한국당인가에서부터 김영삼의 추천으로 정치를 시작하고 국회의원, 경기지사 마치고는 야당을 가서 대표하다가 국회이원 떨어지고, 정계 은퇴한다고 떠났고, 지난 4.13 총선 때는 눈치보고 있다가, 여소야대 되고 나니 새판 짠다고 나오시겠다니? 총선결과 국민이 새판 짰는데 뭘 또 짠다는 거지? 보수진영의 여소야대가 아니라 보수진보 양당체제로 새판을 짠다고 주장하면 모를까. 양지를 쫓아다니시는 분들이 그럴 리는 없을 테고. 이런 분들에겐 별도의 청사진이 없으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중앙일보>는 “정신질환자 관리 사각지대가 강남역 참극을 불렀다”제목 사설에서 ‘정신질환자 범죄율 낮지만 악화하면 위험, 꾸준히 치료·관리 받게 하는 시스템 절실, 전담직원 배치, 치료명령제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신질환인지 아닌 지는 검사해 보면 알 것이다. 만약 모든 정신질환자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신질환자 치료나 관리시스템은 턱 없이 부족하고 방치되다시피 하다. 정신질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적 추세에 놓여 있다. 물론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 문제로만 몰아가면 ‘여성혐오(여혐)’문제는 무시될 수 있다. 경찰청장까지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라고 단정하고 있다. 심각한 일이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을 지닌 존재로 보지 않고 약자로서 무시할 수 있는 존재로서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 <중앙일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각교정과 성찰이 필요하다.

여야정이 5월 20일 첫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 지난해 9월 ‘직무·숙련을 기준으로 해 노사 자율로 추진한다’고 한 노사정 대타협 원칙을 따르고 노사 합의로 진행키로 한 데 대해,

<동아일보>는 “‘성과급 노사합의’ 약속한 경제부총리, 공공개혁 포기했나”제목 사설에서 ‘노동개혁의 대상인 공공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모셔놓고 일일이 재가를 받는 개혁은 애초부터 불가능,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주요 이유는 개혁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반대 때문”, 공공개혁이 실패한다면 민간개혁을 유도할 명분도 없어 진다’고 주장한다.

‘공공개혁’을 공공부문 노사관계 파탄과 노조 길들이기 나아가 공공부문 노조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사설은 ‘공공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모셔놓고’라고 빈정대고 있다. 노사관계는 노사 양측이 대등한 상태에서 테이블에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타협도 한다. 그런데 뭘 노조를 모셔놓는다는 건가.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것이 개혁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반대라는 주장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현상의 이루만을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일이다. 전 지구적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 특히 유럽 경제 강대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해 있는 그리스경제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약탈의 결과가 위기의 원인이다. 공노동개혁, 공공개혁 ...‘개악’을 ‘개혁’으로 둔갑시키는 막무가내 밀어붙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여야 3당 정책위의장들과 함께한 첫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설명하며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고 한 데 대해,

<매일경제신문>은 “첫 발 뗀 민생 협치 일자리 창출부터 성과 내라”제목 사설에서 ‘박근혜정부는 65%대에 그치고 있는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로, 현 정부 경제정책 사령탑이 `일자리 창출 여력이 부족하다`고, 사실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는 유 부총리가 완곡하게 내비친 것보다 훨씬 심각, 당장 조선업 `빅3` 구조조정 과정에서만 6000명 이상의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이대로 두면 청년실업자가 조만간 150만~1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20대 국회의 노동개혁 입법 처리를 호소, 일자리 문제에 대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민생경제 협의체는 정치적 쇼’라고 지적한다.

먼저 고용률을 숫자로만 표시하면 높을수록 좋아 보인다. 그러나 고용구조의 질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용률이 높은 것만이 좋은 일은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 한명 해고하고 그 자리에 절반의 임금을 주는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을 고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고용률 속에는 자본의 이윤 즉 노동과 자본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감축을 6천명으로 예상하는 것 사실 왜곡이다. 이미 수만명의 하청노동자들이 고장을 떠났거나 떠날 상태다. 거제 울산 등 조선노동자의 소비에 따라 먹소 살아가는 수많은 자영업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수천 명은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다. 이런 와중에 노동부장관이란 분은 20대 국회에서도 노동개혁입법을 외치고 있다. 노동법 개악한다고 수 백 만 명의 청년실업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춘몽이다. 현실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길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지금 정부가 ‘노동개혁’ 운운하는 것이 정치적 ‘쇼’다

<문화일보>는 “구조조정 현장 우르르 몰려간 與野, 지금 그럴 때인가”제목 사설에서 ‘ “정치에 휘둘리는 순간 구조조정은 물 건너 간다”는 주장이 세계적인 통설(通說), 가뜩이나 사공이 많아 구조조정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 정치권이 나섰다가 최악으로 치달은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사태 경험, 정치권이 각자도생하면 구조조정은 끝장난다’고 주장한다.

여야 정치권이나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가는 것은 정치나 입법을 위한 그들의 업무다. 그런데 ‘우르르 몰려갔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여 왜 갔느냐는 식으로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 사설이 주장하는 ‘세계적 통설’ 역시 근거 없는 소리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정치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가가 있을 뿐이다.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는 정치권이 개입해서 최악으로 치달은 것이 아니고 최악 상태에서 정치권이 개입했을 뿐이고 그것도 해결은 안전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과 사회적 연대의 결과였다.

(2016.5.23.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