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곡성이 뭔지 아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줄 대금을 깎고 납품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3사(社)에 238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중소업체 괴롭히는 재벌 마트 甲질 賂物죄로 형사 처벌해야”제목 사설에서 ‘민간 사업자가 거래 관계를 악용해 부당한 대가를 받는 것도 '사인(私人) 간 뇌물'로 규정해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징금보다는 형사처벌이 더 엄한 처벌이다. 그러나 형사처벌이 인신 구속 정도가 아니고 벌금에 머무른다면 재벌이나 대기업에 입장에서는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과징금이든 벌금이든 어차피 회사돈으로 내면 그만이다. 물론 기업주나 핵심 책임자는 전과가 쌓이겠지만 한국사회에서 전과 같은 것ㄴ 문제가 안 된다. 재벌기업에서 출세한 어떤 사람은 전과가 14개나 되지만 대통령 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안 됐다. 결국 형사처벌의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대통령’만 바라보는 정치권, 국민의 곡성은 안 들리나”제목 사설에서 ‘정치권이 대통령(되기)에만 관심이 팔린 사이 어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노동개혁 법안을 비롯한 경제살리기 법안도 폐기되면서 ‘역대 최악’으로 막 내려, 통절한 반성문을 써도 시원찮을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월 신당 창당설 흘려, 박근혜 정부는 1년 9개월이나 남아 있고, 대권욕과 정계 개편 셈에 바쁜 정치권의 귀에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국민의 ‘곡성(哭聲)’은 안 들리는 모양‘이라고 비판한다.

국미의 곡성이 하늘을 찌르는 것은 사실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기대도 안 하니까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겨우 지난 총선 때 박근혜새누리당을 심판하고 야당에게 어부지리를 승리를 안겨 준 정도이다. 그렇다고 야당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사설은 국민의 곡성의 내용 중 ‘노동법개혁’을 들고 있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지만 비정규직을 확산하겠다는 것을 개혁이라 주장하는데 지금 전국의 노동현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통곡소리로 넘쳐 나고 있다.

5월 19일 열린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청문회 대상을 각급 위원회의 ‘소관 현안’으로까지 확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20대 국회부터 ‘상시(常時) 청문회’가 가능해 진 데 대해,

<문화일보>는 “常時 청문회 가능…‘국회 甲질’ 계속되면 改惡이다”제목 사설에서 ‘ 그간 국회의원들이 무리하게 증인이나 참고인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는 갑(甲)질의 장, 우선 부당한 증인 채택과 부당한 대우 등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먼저 마련해야, 거야(巨野)는 정략적 청문회, 국정 발목잡기 청문회를 각별히 경계해야, 반드시 정치 청문회 아닌 정책 청문회, 갑질·호통·발목잡기 등으로 ‘돼지에 진주’가 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청문회 시작도 하기 전에 초를 치고 있다. 그간 무리하게 증인이나 참고인을 신청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참석한 적이나 있는가, 참석했더라도 제대로 응답한 적이 있는가, 응답했더라도 제대로 지킨 적 있는가? 특히 재벌들이 국회청문회를 우습게 생각해 왔다. 하기야 자기들이 준을 돈을 먹은 하마국회의원들이 뭘 제대로 할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니 겉으로만 ‘갑질, 호통치기, 발목잡기’식으로 비쳤을 것이다. 이 사설은 정치청문회가 아니라 정책청문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청문회 자체가 정치적 사건을 다룰 수밖에 없는데 무슨 정책청문회인가? 그건 정책토론회에서 할 문제다.


(2016.5.20.금,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