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協治)의 전제는 심판받은 내용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자본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간 회동을 협치(協治)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조선일보>는 “첫발 뗀 協治, 경제 살리기로 이어져야 '정치의 힘' 빛날 것”제목 사설에서 '경제 회생'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야당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정부와 손을 잡으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는 “‘문제해결형 정치’ 기대감 준 청와대 회동”제목 사설에서 ‘1분기 1회 회동키로…꼭 실천을, 박 대통령, 3당과 소통 의지 보여, 5·18 행진곡 문제는 야당 따르길’ 당부한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3당 원내지도부 회동, 協治 가능성 보였다”제목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4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국회 통과를 당부했을 때 답변을 하지 않아, 성과를 입에 올리기엔 아직 일러,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안보와 경제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출하고 상생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일경제신문>은 “朴대통령-여야 3당 첫 발 뗀 協治 결실로 이어지길”제목 사설에서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한 사안에 대해 실현 가능한 것은 적극 검토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등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동아>,<매경>은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진 책임을 정부와 여야정치권 모두의 책임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동아>와 <매경>은 구체적으로 결국 야당이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통과에 협조하라는 주장을 한다. 그래야 협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새누리당 정부가 지난 총선에서 심판받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동법개악과 민영화법을 밀어붙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틀린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점수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곡하려 든다. 협치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새로운 자세로 협상정치에 응할 때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한국정치의 협치는 보수3당으로만 반영되지 않는, 진보좌파진영을 포함한 40%가 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될 때 진정한 협치가 이뤄질 것이다. 원내교섭단체인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과만 협의한다고 협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동아일보>는 “부실경영인 최은영-고재호 재산조사해 ‘먹튀’ 막아야”제목 사설에서 ‘정부와 검찰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기 전에 부실 경영진의 재산 실태부터 철저하게 조사해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하는 양심불량 경영자들에게 철퇴를 안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일경제신문>은 “국민에 빚 떠넘긴 대주주·경영진 책임 엄히 물어라”제목 사설에서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부실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모든 법적·윤리적 책임을 가장 엄하게 물어야, 그러지 않고는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아>가 주장하는 바는 합당하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부담하는 주체로서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 당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다른 사설에서 정리해고를 주장했기 때문에 이 사설에서는 경영진의 책임만을 묻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기호황시기에 노동자들의 몫까지 챙겨간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대책부터 세우는 것이 합당하다.

<매경>이 구조조정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 위해 노동자 해고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서는 안 된다. 불법이나 정치적 책임은 책임을 질 사람이 지는 것이지 책임 질 이유가 없는 사람들까지 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대선 출사표’ 낸 박원순, 차라리 서울시장직 내놓으라”제목 사설에서 ‘전남대 특강에서 그는 “민주, 인권, 평화, 대동의 5·18 정신은 새로운 시대와 만나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가치로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꿔낼 것,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는 연설을 했다고 ‘서울시장 직부터 내려놓기 바란다’고 주장한다. ‘민주, 인권, 평화, 대동’의 정신을 주장하고 행동하겠다는 사람들은 공직에서 물러나고 그 정신에 반하는 자들은 공직을 유지하라는 말인가? 그냥 ‘박원순 시장 꼴 보기 싫으니 그만 두라!’고 얘기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는가?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지 않는 입장에서도 <동아>같은 사설을 보는 것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법조 전관의 패악질이 말해주는 것”제목 사설에서 ‘최근 ‘정운호 게이트’로 속속 드러나는 법조비리를 보면 막장 드라마가 무색, 상습 도박으로 수감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보석 허가를 얻어내려고 100억원대 거액을 뿌려, 형사처벌 조항만도 8200여개, 국민 4명 중 한 명이 벌금·금고형을 받은 전과자, 과잉범죄화로 국민을 옭아맬수록 법조브로커가 활개 칠 공간이 넓어지고 전관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 전관들의 비리가 일부의 일탈로 보이지 않고 부패를 법이 구조화하고, 법조계가 상시화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법조계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고 합당하다. 형사처벌 조항으로만 얽어매지 말고 사회적 범죄나 갈등이 윤리·도덕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법이 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처벌조항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잠재적 범죄자는 늘어난다. 문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문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법정의가 ‘만 명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롱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결국 형평성 문제다. 도로교통법 위반이 국법질서를 문란한 중죄인이 되는 반면 수백억의 범죄행위가 100억대의 불법 로비자금으로 무죄가 되는 세상이 문제다. 이런 부패는 법이 구조화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법조계가 썩었기 때문이다. 부패의 구조화다.


(2016.5.14.토,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