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를 혈세 축내는 주범이라니

<매일경제신문>은 “현대重 노조 이런 때 구조조정 반대 시위 벌이겠다니”제목 사설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25일 대주주에게 사재 출연까지 포함해 자구노력에 나서라고 요구, 노동조합이 빠진 정부·정치권의 구조조정 논의 중단 요구, 서울 상경 시위를 예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25일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정책 수립을 정치권에 요구, 고통 분담을 외면하는 지금의 자세로는 국민을 전혀 설득하기 힘들 것, 쌍용자동차는 혹독한 구조조정 아픔을 거친 뒤 이제는 해고 근로자들을 복직시키는 단계’라고 주장한다.

기업주가 경영에 대한 책임에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호경기에 엄청난 돈을 벌고 오랫동안 정치까지 하고 있는 경영주에게 먼저 사재를 털어서라고 기업의 위기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노조가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상경집회를 여는 것 또한 그들의 권리이다. 아니 절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고통분담만 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다. 구조조정 과정에 노조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경영참여도 배제하고 구조조정 과정도 배제하면서 책임만 지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노동자가 책임질 일이 없다. 경영참여는커녕 경영감시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쌍용자동차가 그냥 아픔을 거쳤는가? 28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가계가 파산되고 고통을 당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본격화한 구조조정…‘死卽生 실행’이 관건이다”제목 사설에서 ‘더 이상 ‘무사안일한 국책은행, 나약한 정부, 무책임한 정치권,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 나 몰라라 노조’ 등의 악습이 되풀이돼선 안 돼, 정치권은 정부에 힘을 실어주되 정치적 논리로 ‘감 놔라 배 놔라’ 해선 안 돼, 그러면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와 같은 최악의 사태가 되풀이될 게 자명, 구조조정에는 필연적으로 혈세(血稅)가 투입되고, 대규모 실업도 불가피, 그런 만큼 대주주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 노조도 고통을 분담해야, 동떨어진 요구와 반대 시위만 반복한다면 ‘혈세를 축낸 주범’으로 국민에게 낙인찍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나 몰라라 노조’라고 하는 데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거나 감시라도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 반응했나?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는 이유가 뭔가? 정치권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정부하는 대로 지켜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정리해고를 당하는 데도 노조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해고가 살인인데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 그런데 시위하는 노동자를 혈세를 축 낸 주범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거의 막말 폭력이다. 그 노동자도 세금을 낸 국민이다. 지금 <문화일보>가 주장하는 대로 하면 결국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선일보>는 “'조선·해운 不實 청소 비용 누가 부담할 건가' 국민 합의 얻어야”제목 사설에서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거치며 정부가 쏟아부은 공적 자금은 170조원, 천문학적 자금 지원이 부도덕한 재벌 오너나 귀족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투자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설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조선해운은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산업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청소’ 운운하고 있다. 자본가들이야 그들이 빼돌린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정치와 권력의 인맥을 통해 공적자금을 지원 받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곧 가계파탄이며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길이다. 천문학적 공적자금도 따지고 보면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것이고 노동자 또한 일부분이다.

그런데 경영위기의 책임을 부도덕한 재벌오너와 노조를 동급에 놓고 말한다. 그것도 ‘귀족’이라는 마타도어까지 붙여서 말이다.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노동자 가계경제는 죽여도 된단 말인가? 지금까지의 경제를 세워 오는데 기여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해 있다. 노동자가 귀족이라면 왜 그런 위기에 처하나?

<중앙일보>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제목 사설에서 ‘해운·조선산업 구조조정은 늦어, 이미 개별 기업 단위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의 골, 거제·울산에 닥쳐올 실업의 공포, 부실을 혼자 떠안은 산업은행은 만신창이, 무사안일 국책은행, 나 몰라라 정부, 선거에만 정신 팔았던 정치권의 합작품, 원점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재검토해야, 산업을 재편한다는 각오로 큰 그림을 그리되 실업대책과 재원 조달 등 구체적 방안과 일정을 국민 앞에 내놓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점에서 재겸토 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단순히 공적자금을 받기 위해 노조의 구조조정(임금삭감, 정리해고)동의서만 내라고 압박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는 “한진해운·현대상선 연명시키는 구조조정은 하나마나다”제목 사설에서 ‘정부와 국책은행은 파산 가능성이 높은 법정관리보다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선호하는 경향, 실업 사태나 지역 경제의 파탄 같은 후폭풍을 회피,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부실기업을 모두 산은 자회사로 편입하는 식의 모르핀 처방에 그친다면 속으로 곪은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에 빠질 것이라 경고한다.

가망이 없으면 파산시키라는 주장이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사태도 피하지 말라고 한다. 말하자면 시장에 맡기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산업은행이 껴안지는 말라는 뜻이다. 이거야말로 무책임한 주장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자연스럽게 국유화가 되는 것이고 국가가 이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경제신문>은 “기업구조조정, 갑자기 산으로 가자는 훈수꾼이 늘었다”제목 사설에서 ‘한국에서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늘 겉도는 데는 구조조정이 상시로 이뤄질 시장 메커니즘이 없는 탓, 문제가 터지면 시장 대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이른바 ‘보이는 손’이 해결사로 등장하다 보니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도덕적 해이가 판치는 것, 이제는 국책은행까지 동반 부실화해 더욱 궁지에 몰린 모습,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확고히 하고, 시장 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 플랫폼을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구조조정이 상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구조조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느냐, 아니면 부도나 파산 직전의 위기상황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다르다. 상시적으로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기업 경영이 투명해야 하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노조의 경영참여, 금융감독, 경쟁업체 사이의 정보 공유 등 기업정보공개가 쉬운 일은 아니다. 상시적 구조조정 플랫폼을 주장은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문제는 긴박한 구조조정의 책임과 절차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반할 뿐더러 그 동안 기업을 살리고 기업을 통해 나라 경제에 기여해 온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청년고용할당제? 월급은 정치인들이 줄 건가”제목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확대하자는 주장,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 공공기관의 경우 청년고용의무 할당률을 기존 3%에서 5%로 확대하고, 민간 대기업에도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을 고용하도록 의무화, 아무리 기업을 윽박질러도 투자가 없는 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아,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실업을 줄이려면 기업에 자유를 주어야, 할당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바보들의 셈법’이라고 비판한다.

민간기업이냐 공공기업이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월급은 당연히 고용한 고용주가 줘야 한다. 정치인들은 고용과 관련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기업도 국민경제 전체 속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은 한 사회 내에서 고용과 납세의무를 진다. 자유경제라는 이유로 이윤만 얻고 의무를 해태하려 한다. 이윤은 사적으로 손실은 사회적으로 떠넘기려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청년의무고용할당률을 법으로 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2016.4.26.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