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한 야당이 대량해고에 앞장서겠다?

<조선일보>는 “야당 대표도 "과감한 구조조정", 이제 망설일 이유 없어”제목 사설에서 ‘김 대표는 "구조조정을 하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데 정부는 실업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조치를 사전에 준비하라”, 야당이 명석을 깔아주었으니 정부는 이제 망설이지 말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동시에 해고자를 위한 실업 복지 체계와 직업훈련, 재취업 등 대책도 정교하고 충분히 준비해야, 실업자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고용 촉진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대량 실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재취업 알선 시스템을 더욱 확충해야, 단기 일자리에는 연금·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비용까지 면제해주는 독일식 '미니 잡'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검토’를 주장한다.

총선의 민의를 왜곡하려는 수구보수자본언론의 노력이 가상하다. 지금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국민이 심판한 대로 엉망진창이 된 국정을 바로 잡는 일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유주의자들인 야당의 ‘구조조정’ 목소리를 찬양하면서 박근혜 새누리당을 통해 추구하려던 자본의 이해를 야당을 통해 얻으려고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래서 야당의 구조조정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앙일보>가 “여야, ‘경제 특위’ 당장 열고 민생살리기 나서라”제목 사설에서 ’더민주나 국민의당 당선자들 면면을 보면 천 공동대표처럼 무슨 계기만 생기면 ‘운동권 본색’을 드러낼 인사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처럼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미리 차단하고 있다. <문화일보>도 “2野의 경제·민생 우선 움직임 주목한다” 제목 사설에서 ’이번 총선에서 노동계 출신이 14명 당선돼 과거에 비해 많아졌고, 운동권 출신도 줄어들지 않아 발목잡기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특히 김종인의 ‘대량실업’ 주장을 ‘야당의 멍석’으로 환영하면서 ‘해고자’, ‘실업양산’ 등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동자들에겐 칼춤이 되겠지만. 말로는 ‘고용촉진지역’, ‘재취업’ 운운하지만 결국 대량해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지난 시기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에서 벌어졌던 대량정리해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사회적 갈등의 크기를 경험했으면서도 자본은 여전히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에 대한 추가착취 외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작년부터 금년 초까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저성과자 일반해고’이다. 절차가 필요한 정리해고조차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새누리당을 심판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를 동의한 것이 아닐 것이다. 구조조정의 원인이 경제불황이든, 아니면 경영실패든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여야 한다. 경기 좋을 때 엄청난 돈을 벌어 배를 채운 자본가들이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자기 책임은 하나도 없고, 쌓아놓은 돈은 한 푼도 내놓지 않고 노동자들을 해고해 길거리로 내몰겠다는 생각은 살인음모에 가깝다.

<중앙일보>는 “야당도 힘 실어준 산업 구조조정, 늦출 이유 없다”제목 사설에서 ‘지난해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4500명 이상 감소,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쉬운 해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역주행, 야당은 노조 등 지지세력을 의식해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는데, 다행히 김종인 대표와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으로 구조조정 동력이 되살아나게 됐다’고 주장한다.

재벌대기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니면 신년이든, 청와대 만찬이든 정부의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들이 약속한 일자리가 지켜졌다면 지금 실업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고용력은 중소기업보다 떨어지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총선시기 여야를 막론하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신중했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야당을 반기고 있다. 새누리당이 심판당한 것이지 자신을 지지해 준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더민주당은 의기양양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다. 한국정치는 시계추처럼 신자유주의와 자유주의를 오락가락하며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노동자정치의 복원만이 난국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20대 국회, 아르헨티나냐 브라질이냐”제목 사설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려, ‘라틴아메리카의 환자’로 불리던 아르헨티나는 작년 12월 중도우파 성향의 마크리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강도 높은 경제개혁과 수출관세 철폐, 외환규제 완화 등 친(親)시장 정책으로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신흥국의 대표주자였던 브라질이 이 지경인 것은 무엇보다 룰라 전 대통령 이래 14년간 누적된 인기영합 정책의 필연적 결과, 고유가 시절 산업경쟁력을 키우긴커녕 국가예산의 75%를 복지에 쏟아부으며 흥청망청 파티를 벌였기 때문,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대 국회의 성향은 중도좌파, 포퓰리즘으론 경제위기 극복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브라질은 좌파정권 브라질은 경제가 몰락하고, 중도우파 아르헨티나는 경제가 살아났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4.13 총선 후 우리나라 20대 국회 성향은 ‘중도좌파’로 분석되었으니 걱정이라는 말이다. 먼저 브라질의 경제후퇴를 룰라의 복지정책으로 분석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신흥경제대국 브릭스(BRICs)에 속하면서 자원수출국가인 브라질은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하락과 경제성장률 침체에 처해 있다. 룰라정부의 정책이 완전한 좌파정책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지만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몰아 경제침체나 후퇴로 설명하는 것은 복지에 대한 무지거나 자본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방어전략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검찰 수사, 기업 불안·경제 위축 초래해선 안된다”제목 사설에서 ‘검찰이 19일 평창동계올림픽 철도 건설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KCC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재계 21위인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에 대해서도 수십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 수사에 착수, 총선 결과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펼쳐지면서 반(反)기업적 법안이 쏟아질 것으로 염려되는 가운데 검찰까지 전방위 수사에 나서니 기업들 불안감, 검찰은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에 만전을 기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검찰이 권력의 의중을 쫓는 기획 수사,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 시류(時流) 수사에 매몰되면 정작 단죄해야 할 거악(巨惡)을 놓치기 십상, 기업인들을 무리하게 정치권과 연계시켜 단죄하거나 먼지떨이식 기업 수사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최근 2014년 세월호 집회 참석건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검찰이 항소했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도로를 점거 행진함으로써 교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정당한 집회 해산명령에도 불응하여 국법질서에 도전한 사건으로 그 사안 및 죄질이 매우 중함”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설은 검찰이 재벌들의 ‘철도 건설사업 입찰 담합 혐의’, ‘수십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수사 착수한데 대해 여소야대 이후 반기업적 정서가 쏟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한다. 304명의 국민이 수장당한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는 과정에서 도로교통을 방해한 것이 ‘국법질서에 도전’한 것이라면 재벌들의 이런 범죄행위는 ‘자본주의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전복하는 수준의 체제전복이나 내란음모 수준에서 다뤄야 할 정도의 국법질서에 대한 도전한 것처럼 보인다.

이 사설이 ‘검찰은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을 요구한 것처럼 제발 도로교통법 위반과 대비해 공정한 수사와 기소 그리고 구형을 요청한다. 이 사설이 말하는 ‘거악(巨惡)’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경제니 기업경쟁력을 말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거나 면죄부를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응한다면 검찰 스스로도 ‘국법질서에 반하는’는 일이 될 것이다.

(2016.4.21.목,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