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조선일보>는 “이번 임시국회로 앞으로 4년 나라가 어디로 갈지 보일 것”제목 사설에서 ‘국민의당은 세월호법 개정, 국정교과서 폐기 같은 정쟁 이슈에 중점, 더민주는 "경제활성화법은 국민에게 거부됐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민생 법안을 가급적 많이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만 반복, 여당은 자기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야당은 이미 확정된 정부 정책을 뒤집는 데만 골몰한다면 그 분열된 정치의 피해자는 온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임시국회는 4.13총선 후 처음 열린다. 그 이전과는 다른 국회가 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의 ‘민의’를 말하면서 딴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정권에 대한 심판이 민의였다면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한 특조위 기간 연장은 당연한 일이다. 일제식민지배시기 친일자와 독재자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 역시 다수 국민의 의사다. 경제활성화법 역시 가계부채와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이 사설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확정된 정부정책을 뒤집는 데만 골몰이 돼 있다고 하는 등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심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까지 밀어붙인 정부정책이 선거를 통해 잘못되었다고 심판을 받았는데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내각제였다면 정권이 바뀌는 국면이다. 국민적 심판받았고 내용적으로 탄핵 당했으면 그 동안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보고 패배한 정권에 복종하라는 이게 제정신인가? 승리한 야당을 정권을 향한 가해자로 몰고 가는 <조선일보>는 제발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 그 건 2차 가해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민이 어떻게 투표해도 구태 정치는 변함이 없다”제목 사설에서 ‘야당들이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부터 들고 나온 것은 매우 유감, 이런 정치적 아젠다가 답보상태인 노동개혁의 마무리, 청년실업 해소, 소비활성화, 산업 구조조정보다 우선될 현안인지 의문, 1년 반씩이나 기한을 부여한 세월호특위의 활동은 더 연장할 명분도, 현실적 이유도 없어, 주요 책임자 문책이 대법원 판결까지 난 마당이며, 특위가 해를 넘긴 그간의 활동에서 의미 있는 ‘사실’을 새로 발굴해냈다는 얘기도 듣지 못해, 더 이상 활동 연장이나 국회청문회 주장은 결국 청와대를 끌어들이자는 정략적 계산이라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4.13총선의 민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거나 민의를 왜곡하는 시도이다. 세월호특별법이나 국정교과서뿐만 아니라 작년 말 한일간에 합의했다는 일본성노예문제 등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의 실정은 필연적으로 선거패배로 결과했다. 노동개혁(개악이지만)과 구조조정이 우선 현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거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미다. 선거결과 불복은 또 다른 쿠데타이다.

특히 세월호와 관련해 1년 반씩이나 기한을 줬다고 하는 데 그 실상을 모르거나 아예 모르쇠라고 일관하겠다는 소리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어려웠지만 정부와 여당이 특별조사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예산과 인력 배정 지연, 여당 측 특조위 위원들의 진행방해와 집단사퇴 등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새롭게 밝혀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다. 따라서 특조위 활동연장과 모든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한만큼 청와대가 조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구조는 뒤로 미룬 채 VIP(청와대) 보고에 급급한 상황이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朴대통령과 與野, 민생 챙기기에 한마음 돼라”제목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여소야대`를 통해 국정 공동 책임을 부여한 만큼 과거와는 다르게 국정에 협력하고 타협하는지 주시할 것,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우리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개혁을 어느 정당이 추진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설 제목부터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심판당한 사람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해야지 지금 누구보고 하라마라 지시를 하는가? 완전히 상왕노릇을 할 작정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야에 공동책임을 물은 게 아니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됐든 노동개혁(악)법이 됐든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상당수가 야당을 찍은 것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요구였다. 만약 어느 야당이든 정권에 협조해 반노동자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다음선거에서 그 야당이 심판을 당할 것이다.

<문화일보>는 “포퓰리즘의 末路 보여주는 브라질 대통령 탄핵 사태”제목 사설에서 ‘브라질이 세계 경제 침체로 원자재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자 2010년 7.5%였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엔 -3.8%로 곤두박질, 지난 2월 ‘보사 파밀리아(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포미 제로(빈곤층 무상 식량 공급)’ 등 브라질이 자랑하던 복지 정책을 대폭 축소, ‘룰라 신화’는 사상누각, 현금을 나눠주는 식의 무상(無償) 포퓰리즘의 말로(末路), 2012년 총선·대선에서의 포퓰리즘 광풍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무책임한 공약들이 난무,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청년수당 등 일부 현금 살포, 브라질 탄핵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은 경기침체에다 정권 내 부정비리까지 겹쳐서 일어난 일이다. 노동자당 정권은 반대파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이 사설은 현금을 나눠주는 무상복지 포퓰리즘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데 사실은 그 반대다. 룰라정권이 들어서면서 석유를 국영화하는 등 자원수출을 통해 빈곤구제정책을 폈다. 자원수출이 중심인 나라의 경우 세계경제침체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면 성장이 저하되고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복지축소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상복지 자체가 정권의 말로를 가져 온 것이 아니다. 경제가 침체할수록 집권세력은 더 청렴해야 하고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복지정책을 펴야 하는 데 브라질의 경우 이 양쪽에서 실패하면서 위기에 몰린 것이다. 만약 이 사설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4.13총선에서 탄핵수준의 패배를 기록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은 2013년부터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씩 지급한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몰락 직전의 궁지에 몰리게 되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사설은 또 청년수당 지급을 ‘살포’라는 용어를 사용해 농약이나 삐라 살포 같은 매우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청년수당을 브라질 탄핵사태와 비교하는 것은 전혀 연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논리적 비약이다.

(2016.4.19.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