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에도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조선일보>는 “국민 안전도, 비극 內面化도 이루지 못한 세월호 2년” 제목 사설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라는 기구도 미국 9·11테러조사위원회가 21개월간 쓴 1500만달러(170억원)의 2배가 넘는 369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여태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 하나 내놓지 못해, 비극을 마음속 깊이 내면화(內面化)하기는커녕 길거리에서 싸움박질하거나 천막 안팎에서 단식하고 고함만 외쳐댔기 때문, 이제 그 천막부터 걷어내고 세월호 참사 직후 모두가 가슴속으로 느꼈던 아픔과 각오를 되살려 보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초기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고도 공무원과 예산도 배정해 주지 않아 외상으로 조사사업을 펼친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 예산에서 공무원 인건비가 얼마를 차지하는 지, 미국 9.11테러 조사위원회와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예산항목은 어떤지 비교표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특조위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조사를 방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퇴하면서 무력화를 시도했다.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들과 극우세력들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하기는커녕 막말을 일삼아왔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아픔의 내면화를 말한다. 부모는 죽으면 산천에 묻고 자식은 묵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대로 그냥 가슴에 묻고 끝내라는 주장이다. 그것 역시 막말이다. 전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식들이 수장되었는데 그것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죽었는데, 선원들만 먼저 구출되었는데,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는데...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면화하라는 말인가? 이 자들의 정신세계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조선일보>는 ‘길거리에서 싸움박질’이라는 막말을 하고 있다. 찾아오라던 박근혜말대로 청와대 앞에 가려던 유가족을 가두고 폭력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가? 차벽을 쌓고 물대포를 쏜 자들이 누구인가? 그런데 유가족들과 진실규명을 위해 외친 시민들에게 ‘싸움박질’이라는 저질스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천막 안팎에서 단식하고 고함’을 쳤다고 말한다. 지난 2년 동안의 천막에서 벌어진 아픔과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 채 천막 친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46일간 굶으면 만나자고 하는데 손 한번 내밀지 않은 자들이 이렇게 비아냥거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가슴속으로 느꼈던 아픔과 각오’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2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은 비극” 제목 사설에서 ‘세월호를 정치화하는 극단적인 언행은 자제돼야, 세월호의 아픔을 안전한 미래로 이끌 국가적 교훈으로 승화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세월호 문제만큼 정치적인 사건이 어디 있었는가? 정치화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중앙일보>의 주장은 ‘아픔을 내면화해야’한다는 <조선일보>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대통령이나 유명인사들의 죽음은 국장이네 사회장이네 전구민이 알아야 하지만 힘없는 노동자서민의 자식은 죽어도 그냥 가슴에나 묻고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떠들지 말라는 것인가? 인간의 목숨 값에 격과 무게가 다르다는 말인가?
백번 양보해 이 사설이 주장하는 바대로 ‘안전한 미래로 이끌 국가적 교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지난번 4.13총선 결과도 그런 국민의 명망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집회나 문화제에서 흘러나왔던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수구보수자본언론들 모두 공범이라는 준엄한 역사적 낙인을 찍히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세월호 선체인양을 갈등 봉합 디딤돌로 만들자”제목 사설에서 ‘국민은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한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슬프고 참담했지만 이후 벌어진 책임 떠넘기기와 대책 없이 쏟아지기만 한 분노에 더 찢어졌다. 정부는 보여주기식 수습책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후 나타난 편가르기식 반응은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갈등을 더욱 부채질했다. 난관이 적지 않겠지만 정부 목표대로 7월 말까지 선체 인양을 반드시 완료하고 이를 계기로 그간의 반목과 대결을 우리 곁에서 털어냈으면 한다. 세월호 인양을 분열과 싸움을 접고, 포용과 치유로 가는 디딤돌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책임 떠넘기기와 대책 없이 쏟아지기만 한 분노’는 양비론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니 아래서는 당연히 책임 질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쏟아지기만 한 분노’는 유가족들과 함께 한 시민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사설 역시 배 안에서 304명이나 되는 학생과 승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듣고 억울하게 죽어갔던 것처럼 분노를 표현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다.

이런 생각은 ‘편가르기식 반응과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갈등’이란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누가 편을 갈랐는가?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시민들이 편을 갈랐는가, 아니면 정권의 모르쇠, 수구자본언론의 왜곡, 국유주의자들의 무뢰한 언사와 난동 그리고 국가의 폭력기구에 의해 편갈림을 당했는가? 사회적으로 소모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국가 안전시스템이자 이를 운영하는 정치권력의 폭력과 아집이다. 이 사설은 오는 7월말까지 선체가 인양되면 반목과 대결을 떨쳐내자고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포용과 치유’는 그냥 어물쩍 덮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거대 야당, 안보·민생 대책부터 내놓고 공동 책임도 져야 한다”제목 사설에서 ‘두 야당이 정말 과거와 다른 정치를 하고 싶다면 우선 사사건건 반대하며 정부·여당의 발목부터 잡고 보는 무책임한 정쟁(政爭) 체질에서 벗어나야, 수(數)의 힘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등 자신들의 편협한 이념을 밀어붙이다가 끝내는 정권까지 잃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기억해야, 두 야당이 국정의 공동 경영인으로서 주인 의식을 갖고 민생과 안보 현안에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는지는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 아니 협박한다.

4.13 총선이 막 끝난 지금은 야당에 책임 운운할 시점이 아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한다. <조선일보>의 뒤틀리고 고약한 심사를 모르는 바가 아니나 책임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선거란 모름지기 권력을 잡은 자들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거대여당에 대한 주문은 좋지만 노무현정권의 실패 운운하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 둔 협박성이라 할 것이다. 거기다 사실도 아닌 노무현 정권이 ‘국가보안법폐지’하려 했다는 등의 거짓말까지 늘어놓고 있다. 당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국가보안법폐지를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을 벌였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아마도 거대야당이 알 마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하고 새누리당 찬성으로 통과한 테러방지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는 데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노무현 열린우리당(민주당)정권이 권력을 잃은 것은 금융시장 개방화, 한미FTA, 비정규직직 악법, 원전 등 신자유주의정책, 제국침략전쟁 동맹국 참전 등 반평화, 반민중적 정책이 누적된 결과였다. 여하튼 <조선일보>의 야당에 대한 선제 책임추궁은 이 시점에서 순서도 도리도 아니다. 먼저 새누리당 참패에 따른 흥분부터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다. 당분간 사설을 쉬던가.

<동아일보>“청년실업에 분노한 2030 투표반란, 정치권은 응답하라”
정치권이 철밥통 노조보다 미취업 청년들을 생각한다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노동개혁 입법은 19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옳다. 해외 U턴 기업을 통한 50만 개 일자리 창출(새누리당),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민간 도입(더불어민주당) 등의 무리한 총선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 3당이 백지 상태에서 직종 간 임금격차 축소 같은 경제민주화 성격의 과제와 기업 규제 혁파 등 경제활성화 성격의 과제를 포괄하는 ‘청년 일자리 마스터플랜’을 짜내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은 “청년실업률 11.8%, 정치가 일자리 만든다면야…”제목 사설 요약에서 ‘청년고용할당제 등으론 고용 지속될 수 없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 신규 순환출자 금지·대형마트 규제 등 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고 한다. 기업은 공기업, 민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 등 여려 형태가 있다. 그런데 기업은 따지고 보면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따라서 사람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재벌이나 민간기업주일 수도 있고 공기업의 관리자인 중앙정부나 지자체일 수도 있다. 아니면 협동조합 구성원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일자리는 개인, 국가, 사회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특히 재벌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주장은 매우 오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 사설이 기껏 한다는 주장이 자본에 대한 규젤ㄹ 풀라는 소리만 해댄다. 일자리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채가 빈곤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의 문제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는 나눠야 한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경제 불황 시기에, 지난번 알파고 대결에서 보듯이 투자를 통한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 가능하지 않거나 헛구호일 가능성이 높다.

<매일경제신문>은 “청년실업 해결 법안부터 여야 협치의 정신 보여라”제목 사설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인데 이 법안부터 처리해야,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69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노동개혁법도 마찬가지, 정부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파견법 등을 통과시키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15만개 등 모두 37만개 이상 일자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총선 이후 높아진 국정 책임을 인식하고 청년 실업을 줄이는 법안 처리부터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4.13 총선이 끝나도 자본신문의 주장은 한결같다. 끈질긴 주장은 높이 살 만 하다. 18~19대를 거쳐 오면서도 통과되지 못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지금 국면에서 처리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차피 안 될 일이지만 그냥 해보는 소리인지, 아니면 20대 국회에서는 꼭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법이 통과되면 정부가 말한 69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을 말하려면 그 법이 통과되면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해고되고, 신규 일자리가 69만개가 생기니 플러스마이너스 해서 실제는 몇 개가 생긴다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 이전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몇 %였는데 그 법이 생기면 몇 %가 된닥 말해야 한다. 또 하나 임금 수준은 어떻게 된다고 말해야 한다. 정규직 한 명 줄여서 비정규직 2명 채용하면 고용은 100% 증가한다. 그런 면에서 노동개혁(개악)에서도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냥 37만개 일자리라고 하면 안 된다. 특히 파견법으 통한 일자리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일자리 수만 볼 게 아니라 임금수준과 고용안정 측면도 함께 살펴야 한다.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대로 “安 대표, '大選 결선투표' 이렇게 불쑥 꺼낼 일인가”라고 비판한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선거를 치른 뒤 당연히 먼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발생할 문제를 미리 제거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는 무슨 거창한 주장이 아니다. 조중동 등 수구보수자본언론들은 틈만 나면, 아니 심심하면 ‘귀족노조’니, ‘철밥통’이니 하면서
노동운동을 공격한다. 여러 측면에서 그 비판에 대해 따져봐야 하겠지만 먼저 절차적 민주주이에 대해 살펴보자.

귀족은 당연히 재산과 폭력기구(중앙권력의 지원이나 사병 등)를 동원해 권력을 세습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구성원인 조합원의 선거로 선출한다. 당연히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당선이 결정된다. 여러 명이 출마해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린다. 이건 초등학교 반장 선거 절차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자체 선거는 노동조합보다 못한 수준 이하의 민주주의 절차다.

이번에 겨우 유권자의 58%가 투표했지만 보궐선거로 가면 20%대 투표하고 그중 40~50% 얻으면 유권자의 10% 정도 지지를 받아 당선자가 나온다. 대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대표성도 문제이지만 소선구제 하에서 단 한 번의 투표 후 다득표자가 당선되는 구조이다 보니 여러 정당이나 후보들의 다양한 주장을 파악하기도 전에 후보단일화가 벌어진다. 원해서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소수후보자들에게 폭력적 강요까지 이뤄진다.

지난 4.13 총선 결과 형성된 3당구조 내부를 들여다 놓고 보면 정체성 측면에서 3당인지 1당인 헷갈릴 뿐이다. 국보위출신이 국회 제1당 대표가 되고, 그는 지난 대선에는 제1당이자 집권당 대선 후보의 핵심 참모였다가 야당으로 넘어오고, 새롭게 정립된 3당 대표는 선거 전 제1 야당 대표를 하다가 탈당하는 등 구분이 없다. 물론 이런 과정 속에서 좌파진보진영은 보수진영에 흡수되어 들어가거나 약화되었다. 다변(양)화된 사회에서 거대 양당 구조 아니면 보수정당만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의제민주주의 일반원칙에 입각하고, 좌파진보정치세력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제도개선 중 하나인 결선투표제는 도입되어야 한다.

(2016.4.16.토,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