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년,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15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전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1시간 이상 표류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수학여행 중이던 250여명의 단원고 학생을 포함 304명이 수장되었다. 기내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흘러나왔고 선원들은 별도 통로를 통해 배를 빠져 나온 뒤 해경 경비정을 타고 도망쳤다. 법원 재판 중 시물레이션에서 밝혀졌듯이 탈출을 명하고 즉각 구조에 나섰더라면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을 사고였다. 그러나 295명이 목숨을 잃었고, 9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세월호가 전복되자마자 정부는 폭죽을 쏘아대며 수백 척의 군함과 경비정, 수백명의 잠수사들이 구조 중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거짓말 잔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에서 열린 참사 700일 문화제에서 자식을 잃은 단원고 학생 어머니는 “동거차도에서 바라본 세월호 침몰현장은 너무나 가까워서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3월 19일 열린 700일 토요문화제에서 역시 단원 학생 아버지는 “시간이 갈수록 아이 빈자리가 커지고, 보고 싶습니다”라면서, “사고 당일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국가의 존재 이유가 부정되었으며, 우리는 진실규명을 원하는 데 정부는 철저하게 방해를 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1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여·야 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협 각 2명, 희생자가족대표회 3명 등 17명의 위원(상임위원 5명)이 추천되었다. 이 법에 근거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1년 9개월 동안 진상규명활동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오는 8월까지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예산과 인력을 삭감하거나 여당 측 위원을 사퇴시키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해 왔다. 지금까지 정부는 유가족은 물론이고 진실을 촉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집시법과 도로교통법위반 등으로 사법처리하고 있다. 나도 2014년 5월~8월 중 3차례의 시국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검찰은 지난 3월 24일 재판에서 실형 1년을 구형했다.

6825톤의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되어(이후 589톤 증축) 18년 운항했고, 2009년 이명박 정권이 규제완화 조치로 선령 20년을 30년으로 연장하면서 청해진(주)이 들여와 239톤을 증축하고 2013년부터 인천-제주를 운항했다. 단순한 선박사고 관점에서 보면 첫째 1077톤 화물적재량 배에 2배에 달하는 2142톤을 실었고, 둘째 평형수 1308톤을 뺐고, 컨테이너를 부실하게 고박했으며, 넷째 선장이 조타실을 이탈한 점 등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학살사고는 가만히 있으라”에서부터 선원들만 탈출한 경위, 보고받지 못한 대통령의 7시간 그리고 청문회 등 여러 곳에서 밝혀지는 거짓들과 새롭게 알려지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자본의 탐욕에 근거한 그런 기술적인 문제에만 국한 할 수 없다.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세상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은 4.13총선의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안산, 광화문, 국회, 청와대 앞, 팽목항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있었고 650만명이 세월호 특별법제정 촉구 서면에 참가하는 등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거리에서 싸웠다. 얼마 전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698쪽에 달하는 <세월호, 그 날의 기록>을 펴냈다. 관련기록만 15만장이었는데 무려 3TB(테라바이트: 1TB가 1024기가바이트)에 달했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이런 진실을 가릴 수 있겠는가? 세월호 학살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싸움은 이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 합창단의 노래, “어느 별에서 왔을까, 어느 별이 되었을까...”의 아픔에 공감하고, 유가족들의 결의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저희들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함께 연대해 주십시오. 기대하겠습니다.”라는 절규를 잊지 않아야 한다.

(<좌파노동자>14호, 2016년 4월호, 좌파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