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세월호 진실규명이 정치투쟁이라는 언론들

<중앙일보>는 “전교조, 학생 볼모로 한 세월호 정치투쟁 중단하라”제목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앞두고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만들어 제자들에게 편향·왜곡된 계기수업(契機授業), 정규 교과에 없는 내용을 선택해 교육할 수 있는 계기수업을 빙자해 총선 정국의 정치 이슈화, 교육부가 어제 ‘교육자료 부적절’ 판정을 내린 데다 수업을 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학교장 승인 필요, 전교조 스스로 ‘4·16 교과서’를 거둬들이고 계기수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이 TV를 시청하는 가운데 304명이 수장되었고, 아직도 9명은 실종상태다. 모든 조사나 검찰 수사에서도 즉각 탈출 명령만 내렸으면 모두 살았을 일인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기내방송을 믿고 기다리던 학생 250여명 등 승객들이 생목숨을 빼앗겼다. 누가,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야 한다. 왜 선원들만 구조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수백 척의 배와 수백명의 잠수부를 동원했다는 거짓발표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650만명 국민서명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고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정부(해수부), 여당은 왜 특조위 예산과 인력을 줄이고 활동조차 방해하는 지를 밝혀야 한다. 유가족들은 지금도 안산에서, 동거차도에서, 광화문에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이런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과 아픔을 함께 하려는 전교조의 노력에 대해 지엽말단적인 것을 꼬투리 잡아 시비나 걸고 있는 <조선일보>류의 신문은 피도 눈물도 없는가? 제대로 된 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세상이 뒤집어졌을 것이다.

<문화일보>도 “세월호 왜곡하며 또 정치투쟁 예고한 ‘反교육’ 전교조” 제목 사설에서 ‘전교조가 지난 2월 27일 열렸던 ‘2016 제74차 전국대의원대회’ 자료집에 ‘상반기 4·16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며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타격을 가해 나감’이라고 설정한 목표의 실행인 셈,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 교장은 이런 수업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단호히 차단, 전교조의 일탈이 반복되면 자진 해산이 교육적으로도 옳은 길이라는 주장이 더 확산‘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비인간동물과 다른 점은 이웃과 동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연대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참사 후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을 ‘왜곡’해 온 자들이 누구인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연대해 온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짓밟고 편향된 사법처리를 해 온 세력들은 누구인가?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자들은 누구인가? 인간이라면 250여명의 학생들과 가족들이 목숨을 잃고 헤매는 부모와 유가족들의 한 맺힌 마음을 달래주고 함께하려 노력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아픔을 조롱하던 자들이 국회의원 후보가 되는 사회에 이르렀으니 <문화일보> 같은 비뚤어진 시각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조선소 비어가는데 총선 후보 단일화 개입한 현대重 노조” 제목 사설에서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 이후 총 4조8000억원의 적자 기록, 삼성중공업 노조는 경영진과 함께 수주 활동에 나섰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쟁의를 포기’했는데 ‘노조가 회사 생존을 걱정하긴커녕 정치 타령, 복지 타령하는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먼저 조선업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려면 세계자본주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입 감소 또는 정체가 조선업침쳬의 원인이라는 팩트를 무시하고 전혀 관계없는 이유를 끌어들여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만약 노조가 사측과 수주활동에 나서고 쟁의포기를 선언하면서 총선후보단일화를 위한 조합원 여론조사나 투표를 했다면 어떻게 말했을 것 같은가? 그랬다면 또 다른 이유를 대거나 노조가 정치활동이나 한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주는 국회의원을 7번이나 한 사람이고 지금 이 지역구 2선 새누리당 국회의원 역시 현대중공업 출신에 정몽준맨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가 정치를 하고 복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할 일이다. 노동조합법의 목적도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으로 되어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활동이 필수적이다. 자본가는 정치활동을 해도 되고 노동자는 안 된다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헌법은 자본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10년째 소득 2만 달러의 덫…구조개혁 외엔 답 없다” 제목 사설에서 ‘2015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2만7340달러로 집계,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10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함,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기업 부문의 혁신도 부진한 탓, 벗어날 길은 구조개혁뿐, 노동시장은 물론 기업과 산업정책, 국가의 장기전략, 중후장대 산업 위주의 하드웨어 마인드, 수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수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개발도상국 방식의 성장이 끝났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불어 세계경제침체로 인한 대외경제여건과 수출주도형경제성장이 가져온 소비부진 등 대내여건 악화와 맞물린 경제현상이다. 수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은 합당하지만 기업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방향이 없다. 물론 재벌체제, 차별체제를 그대로 두고 구조개혁을 말한다는 게 뜬구름 잡는 것은 사실이다.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를 개혁해야 하는데 그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냥 반복되는 하소연이나 한탄뿐이다.

<문화일보>도 “국민소득 6년 만에 감소…저성장 고착화만은 막아야”제목 사설에서 ‘국회는 더 한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을 결박해온 것도 모자라 4·13 총선을 코앞에 두고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다’며 비판한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법이 통과 안돼서 국민소득이 감소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지금 경제성장 정체, 국민소득감소는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시작된 이 땅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조정)의 결과이다.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며 공공부문을 사유화한 결과물이다. 저성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할 텐데 고작 국회 계류 중인 법안 몇 개 들고 나와서 자본주의 공황적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동아일보>는 “與도 野도 북의 위협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제목 사설에서 ‘북한의 청와대 타격 위협에 맞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 지시, 청와대는 “북한이 박 대통령 제거를 거론하고 정규부대와 특수부대 투입까지 암시했다”며 “대한민국과 대통령에 대한 도발을 하겠다는 도전이자 전 세계에 대한 정면 도전”, 사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혹시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북의 위협이 실제 상황이므로 과거 선거 때의 ‘북풍’과는 다른데도 그런 기류가 있는 것은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북한의 위협을 여야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의 지시에 대해서는 실제 상황이라면서 정략적이 아님을 변호해 주고 있다.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격으로누가 ‘북풍’이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종편을 비롯한 수구보수자본언론들이 ‘북풍몰이’를 하고 있다. 설령 북한의 위협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총선 등 주요한 선거 국면에서는 청와대나 대통령이 발언이나 처신이 선거 중립적이어야 한다. 노무현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탄핵을 하고 난리를 치던 세력들이 ‘실제상황’ 운운하며 면죄부를 주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공천 계파싸움 속 난무하는 여야 포퓰리즘 공약”제목 사설에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일자리 200만개, 간병비 부담 완화,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고교 무상교육 확대, 더민주가 내세운 청년 취업활동비 지급,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 민간기업까지 지방 이전을 강제하는 제2국토균형발전, 임대주택 건설에 국민연금 100조원 투자,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내놓은 총선 복지공약 42개 중 26개는 돈이 얼마나 들지 계산조차 안 한 부실공약, 정치권의 총선 공약들을 보면 마치 나라 거덜내기 경쟁’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정치권이 내놓은 수백 만 개 일자리 공약은 뻥공약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졸 백수가 300만명이 넘는 현실에서 일자리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드는가에 있다. 저성장 경제침체시기에 성장론에 근거한 일자리를 말하는 것은 실현가능하지 않는 공약임 분명하다. 일자리 공약 자체가 포퓰리즘일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물어야 하고 따져야 한다. 그게 언론의 역할이다. 또 자본언론들은 복지만 얘기하면 나라를 거덜 낼 거냐고 흥분한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생계와 빚에 몰려 자살을 하고 노년층의 파산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그냥 협잡일 뿐이다. 다만 국민연금을 이용한 투자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나은 지 아니면 주택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주거개념에 입각하여 조세제도 개혁과 결합한 소유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투기와 주택경기부양정책은 전형적인 약탈경제이고 빈부격차와 빈곤화를 확대할 뿐이기 때문이다. 언론이라면 제발 구체적인 분석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시라!

(2016.3.25.금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