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보수정당은 운동권 정당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도로 운동권黨’의 김종인, 무슨 낯으로 표 달랄 건가” 제목 사설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더민주당의 실제 주인은 친노 운동권이고, 문 전 대표는 상왕(上王) 같은 존재임을 국민이 알게 됐고,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확장성’에 의기투합했으며, 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대선까지 내다보고 김 대표를 당의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대권 가도를 닦겠다는 뜻, 하지만 ‘도로 운동권당’의 얼굴마담이라는 본색‘이 드러났다고 비판한다.

더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논할 만한 가치가 없다. 문대표가 김대표가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든 김대표가 한국정치사상 전무후무한 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을 5번 하는 노욕이든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들을 ‘운동권당’으로 표현하고 있다. 3월 23일자 문화일보도 그런 사설을 실었다. 수구보수자본신문들의 논조는 대부분 비슷하다.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좌파정당’이거나 친노가 붙으면 ‘운동권 정당’으로 단정하고 사설을 갈겨댄다.

어느 출판기념행사에서 나온 애기인데 한국 정치는 김종인씨에 의해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 당이 따로 있을 이유가 없는, 이념적으로 하나로 통합되었다는 것이다. 매우 일리 있는 주장이다. 친노 좌장으로 말하는 더민주당 문재인씨는 항상 중도노선을 말하지만 그가 포함된 소위 친노세력들이 집권했던 기간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정책의 전형(모범)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중동침략전쟁 동맹군으로 파병했고, 평택으로 미군기지 이전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다. 투기자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겼고,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쌍용자동차를 팔아넘겨 기술을 유출시켰고 결국 3000여명의 정리해고와 2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례를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세계화, 비정규직 악법을 통해 노동유연화정책을 수행한 탓에 새누리당이 연 이어 집권하는 은해(?)를 입었다. 그런 측면에서 ‘자본운동’을 지지·지원하는 정치세력이었고, 그런 의미의 ‘운동권정당’이라면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말하는 운동권은 대표적으로 ‘노동운동권’일 텐데 천부당만부당 한 일이다. 한국의 여야 정당을 ‘보수-운동권’ 정당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현실적으로나 가당치 않는 주장이다. 당연히 신자유주의 친자본적인 ‘수구보수-(중도)보수’정당으로 불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비례대표 장악한 과학계…과연 잘된 일인가” 제목 사설에서 ‘정당들의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정에서 과학계와 노동계가 가장 많은 혜택, 특히 과학기술계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1번, 정치가 범람할수록 과학계는 오염되고 퇴색, 정치에 줄을 대려는 ‘폴리페서’나 ‘폴리리서처(poliresearcher)’만 늘어, 황우석 이후 온갖 과학 프로젝트도 이런 폴리페서들이 좌지우지, 이 분야 기관장 자리를 놓고도 갈등...물론 지금도 연구실의 밤을 밝히는 현장 과학자, 이들이 정치권 뉴스를 듣고 부아를 내지나 않을지 걱정, 노동계도 마찬가지, 그런 노동개혁 투사들이 지금까지 뭐 하다가 이제야 “나요 나!”를 부르짖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 줄 대서 국회의원 배지 달고 기관장이 해먹는 폴리페서나 폴리리서처는 문제다. 그 동안 국책연구기관에 내려오는 낙하산은 항상 문제가 많았고 노조나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들은 또 국회의원이나 장관으로 가기 위해 임기 연구원 운영에 충실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자리를 보장해 준 정치세력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하면서 국고를 낭비하거나 연구자들의 양심과 자부심을 짓밟아 왔다. 정부의 일방적인 기관통제나 지침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연구자율을 보장하거나 외풍을 막는 바람막이는커녕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앞장서서 설쳐댔다. 그러다 임기 중에라도 언제나 자리를 내팽개치고 ‘먹튀’를 했다. 그 과정에서 기관장은 공백이 되는 경우도 일비재하다. <한국경제신문>의 지적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사설 내용 중 ‘노동계’ 특히 ‘노동개혁 투사’들도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개혁 투사란 박근혜정권이 추진한 노동개혁 즉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투사를 말한다. 그러나 비레대표 당선권으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 공천을 받은 노동계 인사는 박근혜정권의 노동개혁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야합을 한 한국노총 소속이다. 물론 그 이후 민주노총 등 현장의 반발이 일어나자 합의파기를 선언한 상태이지만 한국노총 출신 인사들이 집권당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을 보면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을 노동개혁 투사라고 명명하는 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하던 투사들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상당수가 감옥에 가 있는 노동자들이다. 사설은 비례대표 장악한 과학계를 말하다가 슬그머니 노동계를 끌어들이는 저의가 뭔가? 틈만 나면 노동계를 공격하는 자본언론의 추악한 습성 때문이다. 만약 비례대표들이 문제라면 당선권에 든 사람들 면면을 직업, 직종별로 분류하여 공평하게 말해야 한다. 왜 노동계만 가져다 붙였나? 그리고 ‘노동계투사’ 운운하며 사실 왜곡까지 하면서 말이다. 언론이든 주장이든 팩트가 있어야 하고 올발라야 한다.

(2016.3.24.목,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