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이 문제인가?

<동아일보>는 서울지하철 첫 노동이사 도입한 박원순 속뜻은 뭔가”제목 사설에서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의 통합을 추진 중인 노사정대표단은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를 조례와 정관에 명시하기로 잠정합의,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일부 도입, 진보좌파 계열에서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은 노동이사제를 산하 19개 공기업으로 확산, 서울시 산하 공기업을 이용해 노동계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대권 프로젝트’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 독일에서 도입한 제도가 50여년 만에 한국에서 도입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일반적으로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는 당연히 노동부문을 대표하는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에도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특히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관계가 성립되어 있다면 당연히 노조는 공동경영파트너다. 지금 논의되는 노동이사의 수는 전체 결정을 좌우할 숫자도 아니다. 한두 명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는 민간부문에서도 참여하고 있는데 공공부분에서 참여하는 것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수구자본언론의 심각한 알르레기병이다.

<한국경제신문>도 “공기업 노조에 이사 자리 주겠다는 박원순 시장”제목 사설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는 노조의 숙원 사업이겠지만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 독일의 주식회사는 이해당사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경영자들이 이사로 있는 집행이사회의 이중구조로 돼 있으며 노조대표가 포함되는 감독이사회가 의사결정만 더디게 하는 옥상옥으로 변질돼 경영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것이 현실, 노조의 경영참여는 자칫 기업 활동을 정치화하는 치명적인 제도적 함정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 자체가 기득권으로 변질될 가능성, 공론화 과정도 부족한 노동이사제는 당장 철회‘를 주장한다.

노조 경영 참여가 주주자본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근간을 흔들려면 그런 식으로 참여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를 폐지하고 국유화 또는 공기업화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독일에서 옥상옥이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는 주장은 어느 나라인들 자본가들이야 그런 주장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나라 노동자들 주장 그리고 힘의 관계이긴 하지만 노사간 의견 차이나 갈등이 정치적으로 정리되어 나타나는 각 종 법은 여전히 노동자 경영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독일기업들이 노조의 경영참여로 치명타를 입었다는 소리는 들어 본 바가 없다. 유럽 정체가 경기침체 속에 있지만 여전히 독일은 강하게 버티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당장 철회할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문화일보>도 “박원순 시장, 서울지하철 ‘노동이사制’ 백지화해야”제목 사설에서 ‘서울지하철 누적부채가 4조6000억 원, 그런데도 노조는 ‘귀족 노조’ 지탄 속에 시민 불편과 불안에 아랑곳없이 분규와 파업을 일삼는다는 비판을 자초해 옴, 노동이사제는 집단이기주의의 공식 통로로, 경영 악화를 되레 더 심화시킬 개연성, 박 시장은 지금이라도 노동이사제 도입 방침을 백지화해야, 검토 중이라는 서울시의 다른 투자·출연기관 도입도 발상부터 접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라고 한다.

누적부채 4조 6천억원은 노동이사제가 없을 때 생긴 것 아닌가? 경영상 문제도 있겠지만 공공기간산업은 투자비용이지 부채로만 보면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현금이 없으면 건설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지하철노조가 파업하는 것도 아니다. 아주 오래 전 얘기다. 노동이사제가 경영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매일경제신문>은 “노동개혁 4대 실천과제, 임금·단체협상 반영하길” 제목 사설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6%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으나 올해는 국내외 경영여건 악화와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아예 임금동결을 회원사에 권고, 고용노동부가 근로소득 상위 10%의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청년고용 확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 공정한 인사관리 확산, 청년·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등 현장실천 4대 핵심과제를 발표, 노동계도 부당한 해고·징계를 막기 위해 감시·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자리를 유지·확대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에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조’를 주장한다.

임금동결과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말이 동결이지 성과연봉제를 통해 상당수 노동자들의 임금은 깎일 것이다. 삭감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청년일자리를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주장이니까 당연히 기존 노동자 해고를 자유롭게 하라는 것이다. 이 시설이 직접 표현을 안 했을 뿐 ‘저성과 일반해고‘를 말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저성과자는 자동적으로 나오게 되니까.

<한국경제신문>은 “보사연의 이상한 노동력부족론”제목 사설에서 ‘ ‘인구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노동력(생산가능인구)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경고, 노동수요가 가장 클 때를 기준으로 연령별 고용률이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분석한 결과, 경제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이 저출산 때문에 2024년부터 모자라기 시작해 2060년엔 900만명 이상이나 부족, 사회적 차원의 부양이라는 관점에서 비(非)고용인구 대비 고용인구 비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도 2060년에 가면 370만명 정도가 부족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분석‘인데 ’최대의 노동수요 유지를 전제하고 있지만, 최대의 고용능력을 수십년간 이어갈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높이기만 해도 노동력 공급이 급증할 것, 물론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 그러나 비현실적인 전제들을 잔뜩 달고 미래의 노동력 부족을 과장하는 것은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위험, 부족한 것은 노동력이 아니라 일자리‘라고 주장한다.

먼저 이 보고서는 현재 저출산률이 가져올 심각한 고용구조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설은 노동 기준연령을 70세로 높이면 부족한 노동인구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나 국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보면 청년층 일자리와 장년이나 노년층 일자리는 중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20~30대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을 60~70대 노인들이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너무 황당하다. 미래의 노동력 부족을 말하는데 현재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들이대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설령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라면 합당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기껏해야 장년들 일자리 줄여서 청년 일자리 만들자는 것인데 그런 주장과도 배치된다.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를 만들자는 주장에는 관심도 없다.

<조선일보>는 “명퇴 거부자 '面壁(면벽) 근무'시킨 두산, 인격 고문 아닌가” 제목 사설에서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를 광고 구호로 내세워온 그룹인데 아무리 명퇴 거부라 해도 거기에 매몰찬 인격 고문(拷問)을 가하는 걸 보면 과연 이 회사 직원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나 있는 회사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의문’이 아니라 ‘명확한’ 불법 노동행위이고 노동자 탄압이다. 일종의 폭력이다. 재벌사업장에 대한 노동부 근로감독은 무력화되었고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인지한 폭력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어섰다. 노동자 집회와 도로교통법 위반은 귀신같이 채증하고 개인 통신까지 조회해서 처벌하면서 자본의 노동자 폭력과 탄압은 눈 감고 있다. 그게 ‘의문’이다.




(2016.3.22.화,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